시선뉴스=심재민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의 심장질환 소년 집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김 여사가 심장병 소년을 안고서 찍은 사진을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하며 촬영 당시 조명까지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는 모금 유도나 동정심 또는 선한 이미지를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이용해 생산해 낸 글, 사진, 영상 등 미디어를 말한다. 이 개념은 1980년대 국제적 자선 캠페인이 발달하면서 시작됐는데, 대표적으로 1981년 덴마크 인권운동가 요르겐 리스너가 굶주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기금 모금 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에 공감하는 여론이 국제적으로 퍼지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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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포르노는 한 방송에서 앙상하게 마른 아프리카 어린아이의 몸에 파리떼가 달라붙은 영상을 송출하면서 수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모금하자 다른 기부단체에서도 이를 따라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때 일부 단체들은 이런 방식의 광고로 모금액 목표를 달성하곤 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인종 차별과 사실 왜곡을 가져온다는 비판 속에 자성론도 일었다. 

특히 빈곤 포르노는 영상을 자극적이고 더더욱 불쌍해 보이게 연출하는 과정에서 출연자의 인권을 유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모 방송사가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식수가 생각보다 더럽지 않자 아이에게 고의로 썩은 물을 마시도록 하는 등 현실을 왜곡하고 비윤리적 연출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빈곤 포르노 개념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소설, 영화, 사진, 그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또는 그것으로 동정심을 일으켜 모금을 유도하는 일'로 나와 있다.

이처럼 국내외 언론 보도와 학술 논문, 관련 단체들의 발간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빈곤 포르노'는 빈곤이나 기아·질병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하는 데 그쳐 빈곤의 구조적 원인은 일깨우지 못하는 기존 구호 활동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설령 도움을 주려는 선한 의도라 해도 고의성 다분한 연출이 담겨 있다면 빈곤 포르노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는 없는 모양새다. 특히 개발도상국·빈곤국 아이들을 '피동적이고 무기력한 지원 대상'으로 묘사해 지역적,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고 고착화해선 안 된다는 각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정치권의 때 아닌 빈곤 포르노 논란. 오르는 물가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경제 상황 속에서 빈곤의 시대를 목전에 둔 서민들의 눈에는 그저 빈곤함을 경험해 본 적 없는 배부른 정치판의 싸움처럼 비칠 뿐이다. 정치권이 부디 경쟁이 끝내고 현안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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