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온라인 심리상담을 1999년, 청소년상담기관에서 처음 시작했다. 전화상담과 메일상담(천리안, 하이텔, 유니텔)으로, 사이버상담실 홈페이지에서의 채팅상담과 게시판상담으로. 상담실 단골 청소년을 위한 개인 맞춤형 심리상담관리 체계도 만들었다. ‘사이버상담의 기법과 윤리’라는 지침서를 만들어서, 전국의 교사와 상담자들에게 강의를 다녔고, 사이버상담실 홈페이지 운영을 더 잘하고 싶어서 IT 교육 기관에서 ‘웹 기획 프로듀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이용자를 위한 홈페이지 로딩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잦은 채팅상담 에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같이 온라인 소통환경의 개선을 고민했었는데, 20년이 지난 이제는 그와 같은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않는 때가 되었다.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개발과 함께 시공간의 초월, 신속성, 편리성과 같은 온라인 소통의 장점은 의식하지 않고 숨쉬는 것같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뭐든지 지나치게 익숙해서 생각도 않을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부작용과 장애물이 생긴다. 그래서 이제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더 자주 많이 사용하게 된 온라인 의사소통도구(전화: 화상 및 음성, 메일, 메신저, 문자)의 효과적인 사용방법에 대해 새삼스럽게 점검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일터에서 온라인 소통은 갈등의 큰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효과적으로 온라인 소통을 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대화방법에 있어서 다음의 두 가지를 점검해보자. 첫째,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온라인 대화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선택하고, 온라인 소통을 진행할 때 있어서 말이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대하는 대면 소통에서도, 두 명이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상대방은 나와 전혀 다른 생각과 감정, 의도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잘 하기 위해, 상대방의 언어표현과 비언어적 표현(표정, 몸짓, 어조, 말투)을 관찰하고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온라인 소통에서 내가 말을 하기만 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내 의도를 100% 이해할 거라는 지나친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듯하다. ‘나는 말했다. 끝. 그러니까, 못 알아들었거나 오해했다면 모두 당신이 잘못한 거다’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을 더 편리하게 잘하기 위해 쓰고 있는 온라인소통도구 때문에 오히려 일터 갈등이 강화되는 상황이 생긴다.

“메신저에서 ‘안녕하세요’라고만 하고 내가 말할 때까지 아무 말 안 하는 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내가 다음 얘기하기를 기다리면서 어디 가만 앉아 있는 줄 아나 봐요” “잘못된 것을 지적했는데 사과는 하지 않고, 문자로 ‘아아’라고 쓰는데 황당해서 혼났어요. 아아 라니요!!” “메일에서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앞뒤꼭지 없이 이거 해달라고 한마디만 툭 던져놓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죠? 너무나 무례한 태도에 나는 입을 다물지를 못하는데, 저쪽에서는 내가 뭘 잘못한 거냐고 하더라구요”와 같은 온라인소통의 진행방법에 대한 투덜거림도 자주 들려 온다.

모든 의사소통은, 특히 일터에서의 업무 대화는 상대방의 이해도와 수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현재 생각과 감정, 상황을 바로바로 알기 어려운 온라인 소통에서는 더욱 더 신중한 태도가 요구되지 않겠는가. 똑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대화의 맥락과 상대방의 특성,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 소통을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가장 적절한 언어표현을 골라 의사소통의 내용과 방법, 속도를 유연하게 조율하는 연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의사소통의 결과에 대해서는 쌍방이 모두 책임질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통제가능한 부분은 내자신이 말하는 방법이니까 거기에 신경을 써보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비효과적 단어(상대방이 불편감을 느끼거나 오해를 할 수 있는)나 어조에 대해 피드백을 받아보자. 아픈 말을 하더라도 ‘저 사람은 나를 아끼기 때문에 하는 말이야’라고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해도 좋고, 나에 대해 아무런 편견과 선입견도 갖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해줄 수 있는 상담심리전문가의 힘을 빌어도 좋다.

둘째, 온라인 공간에서도 진정한 마음은 전달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도전하자. 온라인 소통도구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쓰고 있으면서도, 일터에서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면담을 하는 것을 다소 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라서 얼굴을 못 보니까, 구성원 개인면담을 못하고 있어요. 나중에 모두 사무실 근무하게 되면 해야죠.” “아뇨. 상무님께 아직 의논하지 못했어요. 코로나 끝나면 직접 뵙고 말씀 드려야죠”.

이제 모든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인정하자.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재택근무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거고, 온라인 소통의 빈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온라인소통도구는 하이브리드(대면 + 비대면) 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니, 앞으로는 온라인 소통의 정서적 메시지 전달력에 대해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온라인 의사소통은 우리가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오늘의 내가 힘든 상황들을 버텨나갈 수 있게 다양한 도움을 주는 주위의 사람들과 다정하고 상냥한 이야기를 잘 주고받을 수 있게, 그리고 일터의 동료들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업무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잘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나의 온라인 소통도구 사용 방법에 대해 시간을 갖고 찬찬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글: 박정민(COZY SUDA 대표) /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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