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비운의 시대를 살다간 한국의 대표 서양화가인 ‘이중섭(1916~1956)’. 그는 시대적인 아픔과 그로인한 고독, 억압, 울분 등을 자신의 작품에 오롯이 녹아내며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히 자신의 작품에 소, 닭, 어린이 등을 자주 등장시키며 내면세계를 투영했는데, 그 대표작으로는 ‘싸우는 소’ ‘흰소’ ‘소와 어린이’ ‘투계’ ‘닭과 가족’ 등이 있다.

최근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나오는 경매가 연이어 개최되어 눈길을 모았다. 그 중 하나의 작품이 바로 이중섭 작가의 '닭과 가족'이었다. 서울옥션과 함께 국내 양대 경매사로 꼽히는 케이옥션은 지난 23일 열리는 3월 경매에 이중섭의 말년작인 '닭과 가족'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이중섭 작가의 '닭과 가족' (36×26㎝) [사진 제공 = 케이옥션]

‘닭과 가족’은 1956년 세상을 떠난 이중섭 작가가 1954~1955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가족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돼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 구도가 특징으로,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았다.

닭과 가족이라는 그림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중섭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가 처한 외로운 환경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중섭 작가가 태어난 1916년부터 생을 마감한 1956년까지, 일제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한국전쟁 등 평탄치 않았던 생애로 인해 그는 ‘비운의 화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이중섭은 작품 속에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독, 절망을 해소하려는 듯 격렬한 터치로 환상적인 이상 세계를 화폭에 담았고, 당시 주요 가축이던  소와 닭 등 친근한 요소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가족과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한국적 정서를 투영한 것으로, 그가 국민화가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닭과 가족이라는 그림 역시 이중섭이 살아가던 시대적 배경과 고독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가족과 원산에 거주하던 시기에 이중섭은 가족들과 넓은 마당에서 닭을 길렀다. 그러다 비극적인 한국전쟁으로 피난 생활을 하던 1952년 6월, 이중섭의 가족들은 이중섭만 두고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러다 가족과 1953년 잠시 일본에서 재회하지만, 그는 별세하기까지 다시는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닭과 가족'은 이중섭의 말년작으로, 긴 세월 떨어져 지내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작품 속에서 거칠게 회상하듯, 또한 이제는 꿈속에서나 만날 듯 흐릿하게 표현된 가족은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는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단단한 유기체의 모습이라는 평이다. 그리고 가족과 뒤엉켜 있는 닭은 작가의 분신이라는 해석.

시대적 아픔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닭과 가족’. 이는 비단 이중섭의 개인사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암울했던 한 시대의 우울과 절망,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그 시절을 살아간 이들의 초상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치를 인정받기에 ‘닭과 가족’은 큰 예술적 가치를 인정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출품됐고, 이번 경매에서는 시작가가 14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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