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미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계 미국인인 슈쿠로 마나베가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반면에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과학상은 인류사회에 대한 공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국가발전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지식생산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단법인을 준비 중인 ‘한국 노벨과학상 포럼’(이하 노벨포럼)]의 창립준비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단체는 2022년 02월 1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우상호 의원(더불어 민주당, 서대문갑), 박성중 의원(국민의 힘, 서초을)이 참여하는 가운데 발기인대회를 개최한다.

▶질문: 왜 한국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노벨과학상과 올림픽 메달 획득은 다르다. 운동선수를 양성하듯이 과학자를 양성한다고 노벨상을 받을 수는 없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가치관과 분위기, 교육제도, 과학기술정책 등 많은 요인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숙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와 현실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엔 역부족이다. GDP 대비 R&D 예산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이다. 이렇게 예산을 퍼부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과학기술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질문: 한국의 교육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과 수능점수와 같은 후진국형 평가방식이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학생들의 학습 흥미도 떨어뜨리는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없는 현실, 아직도 이과와 문과를 구별하는 고등학교 제도 등 문제가 많다. 창의력을 중시하는 교육방식으로 전면전환하고 최소 30년 정도 기다려줘야 한다.

▶질문: 노벨포럼 발기인에는 누가 참여하는가?

발기인의 자격은 한국 노벨상 포럼의 비전과 목적에 뜻을 같이하는 학자, 기업인, 정치인, 단체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소 30년 동안 대한민국의 지식생산역량을 선진화하기 위해 뜻을 모은 분들이다.

▶질문: 노벨포럼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하게 되는가?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한민국은 이미 전 세계 모범국가이다. 그러나 그 다음 전 세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선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노벨포럼은 다음과 같은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첫째, 학문을 추구하는 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가치관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둘째 21세기에 적합한 과학인재가 무엇인지 사회철학적 합의를 위한 연구활동 및 대사회적 공론화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셋째, 노벨과학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한국 교육제도와 과학기술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제도개혁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넷째, 우수한 인재와 좋은 연구환경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질문: 포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대한민국의 지식생산역량이 경제적 위상 등에 비해 많이 낮은 것을 보면서 그 원인이 궁금했다. 오랜 연구와 경험을 쌓으면서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0명인 이유와 같은 뿌리라고 판단하였다. 이대로 방치하면 산업화와 민주화까지는 성공했지만 지식기반 미래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둡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좋은 사람들을 규합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질문: 인재상은 확립은 철학적인 주제인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노벨과학상 포럼의 활동 중에 핵심이 ‘올바른 인재’를 배출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인재상’에 대한 합의조차 없다. 대부분 ‘도덕군자론’에 빠져 있거나 인품은 고사하고 각종 시험에 패스한 사람들이 인재라고 간주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객관식 시험으로 엘리트들을 함부로 배출하고 있다. 엘리트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현재의 시험제도로는 억지로 만들어진 인재가 명문대학에 입학한다. 올바른 인재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도 공정하고 타당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인재를 중심으로 두터운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자연스럽게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온다고 믿는다.  

▶질문: 노벨상 후보자는 어떻게 발굴하고 지원할 예정인가?

몇 명의 운동 선수를 훈련시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식의 방법은 과학에 대한 천박한 이해에서 나오는 단견이다. 스포츠 인재와 과학 인재는 다른 방법으로 양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인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가치관과 분위기, 많은 과학인재, 좋은 연구환경으로 구성된 선진화된 생태계를 구축하는게 급선무다. 하지만 생태계 구축이라는 장기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인 내용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개혁이고 노벨과학상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기 쉽다. 따라서 노벨과학상포럼은 인재발굴, 연구지원, 정책제안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추진할 생각이다. 특히 민간기구로서 정부, 대학, 연구소가 한계를 갖는 영역에서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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