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는 1709년 이탈리아의 크리스토포리가 처음 제작한 이후 대표적인 건반악기로 자리 잡아 왔다. 피아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표현력 향상에도 좋다. 감정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꺼내는 데 있어 구체적인 표현에도 도움이 되며 보이지 않는 음을 창조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표현이 생기는 창의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다른 악기와 비교해 양손과 양 손가락, 팔을 비롯한 상체, 그리고 전신 등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손과 손가락의 섬세한 표현의 동작은 소근육과 지능을 모두 발달하게 한다. 이와 함께 연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충동적인 성향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관하여 경남 진주시에서 워터드가든피아노를 운영하는 장우희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진주에 위치한 워터드가든피아노의 장우희 원장
▲ 진주에 위치한 워터드가든피아노의 장우희 원장

Q. 워터드가든피아노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현대의 많은 아이, 혹은 부모님들이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의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꿈은 할 수 있는 능력치를 계산한 뒤 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재능, 관심 속에서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아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네 꿈은 뭐야?”가 아니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뭐든지 될 수 있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꿈이 없는 아이들은 목표 없이 내달려야 하기에, 내가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점검도 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없기에 열심히 해야 하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음악은 우리 일상의 모든 소리를 담고 그 소리가 다채로운 언어가 되어 전달되는 놀라운 매개체다. 이 언어가 발달하기 위해서 자신의 소리를 듣고 탐색하고 개인별 속도에 맞춰 질문하고 답하며 익혀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의 소리, 생각들을 듣게 되고 그것을 표현해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곳이 이곳 워터드가든이다. 워터드가든은 ‘물이 풍부하여 초목이 무성하고 아름다운 동산’이라는 뜻이다. 정서적 자유로움이 풍부한 곳에서 아이들이 자라기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그리고, 응원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Q. 워터드가든피아노의 주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5세 유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워터드가든피아노를 이용할 수 있다. 유치부에서는 다양한 교구 등을 활용한 음악 친숙성 훈련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유치부 전문교재를 사용하며 소근육을 발달시켜줄 워크지와 말리듬 활동과 더불어 신체 활동을 통한 리듬 패턴 익히기, 다양한 멜로디 악기와 리듬악기 사용 등을 배우게 된다.

초‧중고등부에서는 기초, 실용, 클래식, 레퍼토리 반을 구성하여 일률적 과정의 단계를 밟지 않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방향성을 설정한다. 이론의 경우 단순한 학습지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보드게임 등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 레슨 노트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수업상황과 해결해야 할 부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또한 확인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초등부에서는 기초, 실용, 클래식, 레퍼토리 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고등부는 한곡 완성을 목표로 하는 실용음악 수업이 중심이다.

성인은 다시 시작하는 피아노와 처음 시작하는 피아노 등 과정에 따른 레퍼토리 위주의 수업이 이뤄진다. 기초과정을 병행하면서 원하는 곡 위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여 수업하는 방식이다.

▲ 워터드가든은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워터드가든은 음악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Q. 워터드가든피아노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정해진 타임에 한 아이에게만 집중해 수업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문성 있게 프로그램화하여 제공하며 수업이 진행된다. 이론 수업 또한 다양한 보드게임과 워크지를 활용하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 수업 일률적 교재의 진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수준별 맞춤 악보를 제공하여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 구성에 무게를 싣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워터드가든피아노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꿈이 없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무기력한 일인지 경험해봐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내가 만나는 아이들, 그리고 자라고 있는 모든 아이가 ‘꿈꾸는 일’을 놓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듣는 귀가 열리고, 넓게 보는 안목을 배워 생각의 깊이와 꿈의 넓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자라길 바란다. 그렇게 보고 들은 것을 깊이 있게 고민하여 자신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삶의 전반적인 뿌리가 되는 교육을 추구한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피아노를 배웠다’는 것과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건 완벽히 다른 개념이다. 잠시 접한 악기가 아니라 그 악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내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작곡자의 마음과 생각 탐구, 악보 속에 나열된 음표들의 조합과 배려를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연습한 결과물을 ‘연주’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아이들이 현재 고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현재의 기분이 어떤지, 미래에 어떠한 삶을 꿈꾸는지 자연스레 이야기로 나누게 된다.

나와 수업을 할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있었는데 ‘꿈’이라는 걸 생각하는데 서툴러서 그저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학교와 학원에 다니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 아이가 연주를 위해 나눴던 얘기들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게 되고 본인이 정말 원하는 꿈을 찾게 된 경우가 있었다. 내가 꿈꾸는 게 정서적인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인데 이 아이가 나에게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줬다.

또 한 번은 유치원생일 때부터 ‘배가 아프다’라는 얘기를 달고 살았던 아이가 있었다. 병원을 가도 한의원을 가도 뚜렷한 병명은 없었기에 신경성이라는 얘기로 양약도 한약도 많이 먹었는데 딱히 치료 효과는 없었다. 피아노 소리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같이 수업을 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이 아이에게 자주 듣던 배 아프다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게 됐다는 말씀을 들었다.

이 아이에겐 피아노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통로가 됐던 것 같다. 기분이 나쁠 때 피아노를 치면 금세 나쁜 기분이 사라진다고 했다. 아이를 아프게 했던 것은 몸의 병이 아니라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밖으로 잘 풀어내지 못한 탓인 것 같다. 이 아이에겐 음악이 자신의 언어가 되어줬고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밖으로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생긴 셈이 된 것이다. 아이들의 삶의 변화를 주는 부분이 비록 작을지라도, 그 부분들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자 보람이 되는 거 같다.

▲ 아이들의 수업 진행 모습
▲ 아이들의 수업 진행 모습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학원에서의 강사 생활과 수년간의 개인 레슨,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해’라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 덕분에 지금도 공부라는 것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학독(학원실천독서)’이라는 그룹 속에서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과 현장의 아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나눠주시는 코치님과 원장님들 속에서 매번 좀 더 나은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코로나블루’라는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 쏟아내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악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악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전 세대가 함께 소통하는 음악학교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리고 이곳에서 세계를 무대 삼아 살아갈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일생 함께 가는 음악의 뿌리를 선물하는 교육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꿈을 꾼다’라는 건 이루지 못할 일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크기, 미래의 크기를 결정하는 일이다. 꿈을 꾸는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한다. ‘왜?’가 해결된 아이들은 그 과정 속의 어려움도 돌파할 수 있는 남다른 에너지를 장착하게 된다. 음악은 아이들이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 감정, 생각, 깊이를 느끼게 하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곡을 완성해 나가면서 어려움 뒤에 찾아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해냈다’는 성취감을 시간 속에 쌓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새로운 경험을 통한 반복, 일률적인 연주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연주, 어려운 과정이 왔을 때 해결해 나가는 과정,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음악 속에 서로의 배려를 경험한 아이들은 생각의 깊이도 꿈의 크기도 다르다는 걸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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