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역대 최대로 풀려도 소용없다...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지식용어]
돈이 역대 최대로 풀려도 소용없다...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조재휘 기자
  • 승인 2021.07.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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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임수현 pro]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돈이 풀리고 있지만 정작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불어난 자금이 실물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쏠리거나 금고 안에 웅크리고 있는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돈맥경화’는 피가 몸속에서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동맥경화에 빗대어 돈이 시중에 돌지 않거나 개인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경제불황이나 노령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투자나 소비가 줄어들고 돈이 회전하는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반영한다. 특히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통화유통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때 주로 사용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3,233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41조 8,000억원(1.3%) 증가한 것으로 2001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액이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로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말한다. 기업에서 24조원이 늘며 통화량 급증에 한몫을 했다. 기업 부문뿐 아니라 가계 및 비영리 단체(4조 7,000억원), 기타금융기관(4조 5,000억원) 등 모든 경제 주체에서 M2가 늘어났다. 

문제는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는 실정으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돈맥경화의 대표적인 지표로 꼽히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으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주체들이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둔 채 꺼내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8월 15.5회로 최저 기록을 경신한 뒤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만 50조원 가까이 불어난 요구불예금이 은행 금고 속에서만 잠자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순환되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지난 1월 14.45배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12월 14.51배에서 더 내려갔다. 통화유통속도(명목 국내총생산/M2) 역시 지난해 4분기 0.62를 나타내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연간 지폐 환수율이 40%에 불과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많은 돈을 풀어도 그 돈이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등의 자산시장으로 쏠리게 되면 돈이 회전이 안 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불러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돈이 풀려도 자금이 시중에 돌지 않는 상태인 ‘돈맥경화’.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이 단기자금 위주로 흘러가게 되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는 자금의 장기적 운용이 어려워지기에 통화당국 역시 이러한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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