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삼성가(家)가 기증을 결정한 故 이건희 회장 소유의 문화재 및 미술품, 일명 ‘이건희 컬렉션’. 2~3조 가치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건희 컬렉션’이 6월부터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故 이건희 회장은 선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어 고미술품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집 활동을 계속해 개인 자격으로 국보급 문화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 유족 측이 기증을 결정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이 회장 소장품 1만1천23건, 약 2만3천여 점이다. 

기증이 결정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수작과 세계적인 미술품이 상당수 포함됐다. 주요 기증품으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2015호),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국보 제255호),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 등이 있다.

인왕제색도
조선 영조 27년(1751)에 그려진 이 그림은 ‘겸재 정선’이 비 온 뒤 인왕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으로, 산 아래에는 나무와 숲, 자욱한 안개를 표현하고 위쪽으로 바위를 가득 배치했다. 인왕제색도는 가로 138.2㎝, 세로 79.2㎝에 정선이 남긴 그림 400여 점 중 가장 큰 편에 속하고, 그의 화법이 잘 나타난 조선 회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가격은 300억∼1천억 원으로 평가된다.

추성부도
중국 송나라 문필가인 구양수(1007∼1072)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림으로 표현한 시의도(詩意圖)다. 가을밤에 책을 읽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하며 자연의 영속성과 인간 삶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로, 화면 왼쪽에 추성부 전문을 단아한 행서(行書)로 썼다. 끝에는 '을축년 동지후 삼일 단구가 그리다'(乙丑冬至後三日 丹邱寫)라고 써서 단원이 1805년 동지 사흘 후에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천수관음보살도
천개의 손과 손마다 눈이 달려 있는 보살의 모습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의 자비력을 상징화한 14세기 고려 불화다. 고려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박가루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종교성과 예술성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문화재 외에 미술품으로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을 비롯한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미술 작품 1천600여 점이 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프랑스 인상주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 유럽 초현실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1890년대)을 비롯해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카미유 피사로, 폴 고갱 등의 서양미술 걸작들이 기증된다. 기증된 작품들은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명작들로, 작품에 따라 시장 가격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 일례로 이번에 기증된 작품과 같은 100×200㎝ 크기의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이 추정가 4천만~6천만달러(445억~667억원)로 다음 달 소더비 뉴욕 경매에 출품된 바 있다.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은 해외 유명 미술관과 비교해 소장품이 빈약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을 단숨에 세계적인 미술관급으로 격상시킬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국내 작가들의 대표 작품이 빠진 소장품 목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홍라희 여사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을 잇고자 가족을 대표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처럼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예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며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역대급 수준이라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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