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는 본래 프랑스어로 ‘식사를 끝마친다’ 혹은 ‘식탁 위를 치우다’라는 의미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과일이나 초콜릿 등을 곁들이던 것이 디저트라는 의미로 굳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부유층만 누리는 비일상적인 음식이었지만, 19세기를 지나면서 일반인의 음식으로 내려왔다.

이제 디저트는 일반인의 음식을 넘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오히려 식사 자체보다 디저트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다. 식사는 간단하게 마치더라도 커피에 케이크를 곁들여 제대로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식후 입가심의 차원을 넘어서 디저트 자체가 하나의 일상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슈가버터를 운영하는 전미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중랑구 상봉동 슈가버터 전미란 대표]

Q. 슈가버터의 창업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9년 정도 파티쉐로 현장에서 일해 오며 언젠가는 나의 색깔이 묻어나는 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가게를 열기 직전에 몸담았던 레스토랑에서 내가 선보인 디저트가 호평을 받았고 개발한 메뉴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 디저트들에 대한 확신이 좀 더 생겼다. 그렇게 더 늦기 전에 가게를 열어보자는 마음을 실천에 옮기게 됐다. 작게나마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확실한 콘셉트와 색깔이 묻어나는 가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창업해서 큰돈을 벌자’가 아닌 ‘나만의 디저트들을 만들어 나가 보자’라고 생각했다.

Q. 슈가버터의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처음에는 주요대상으로 20~30대를 생각했지만, 오히려 40~50대분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10대 친구들도 단골들이 있다. 특히 모녀 단골손님들이 많고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케이크를 사 가시는 따님들도 있고 남편분을 위해 사가는 아내분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연령층보다는 동네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디저트 가게라 할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 슈가버터의 케이크를 한번 드시면 꼭 재방문해 주신다. 정말 한 번도 안 드셔본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손님은 없는 것 같다.

슈가버터에서 주로 판매하는 제품은 케이크와 구움 과자다. 특히 단호박 타르트와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대표 메뉴다. 단호박타르트 같은 경우 단호박 자체의 단맛을 많이 살려서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단호박의 달달함이 느껴진다. 부드러우면서 크런치한 식감의 타르트지에 저감미당 설탕을 이용해 만든 단호박콩피와 단호박퓨레가 들어간다. 이건 한번 드셔본 손님은 다시 생각나서 꼭 다시 드시러 오신다.

몇몇 분들은 정말 몇 달 동안 단호박만 계속 드시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 정도로 매니아층이 있는 케이크다. 슈가버터에서 판매하는 케이크는 맛이 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맛이 진하다는 건 그만큼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쓴다는 의미도 있다. 그중에서도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특히 맛이 진하다. 요즘 이 제품을 만드는 곳들이 많은데, 많이 먹으러 다녀 보았지만 슈가버터 상품만큼 만큼 맛이 진한 곳은 많이 보질 못했다.

우리 치즈케이크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글루텐 프리 제품이고 치즈 함량도 정말 높다. 치즈도 여러 회사 제품으로 테스트해서 그중 가장 맛이 제일 좋은 제품으로 만들었다. 정말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홀에서 드시는 손님들 대부분이 한입 먹고선 꼭 쇼케이스를 다시 한 번 보신다. 그리고 하나를 더 시켜서 드시거나 가실 때 정말 맛있다며 인사하고 가신다. 다음에 또 오셔서 드시고 가시는 케이크다.

Q. 여타 유사 업종과 비교해 볼 때 슈가버터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혼자서 운영하는 작은 디저트 가게이지만 확실한 디저트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똑같은 케이크라도 다른 곳에서 먹어본 것과 깊이감과 무게감 그리고 디테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해왔던 시간 덕분인 것 같다. 재일교포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제과점에서 일할 때 일본인 쉐프들과 함께 일하며 일본식 제과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호주에서 일할 땐 프랑스 친구에게서 초콜릿과 그 외의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여러 디저트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도 나눌 수 있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이다. 무엇보다 먼저 현업에서 일해 온 선배들과 같이 일하면서 여러 가지 기술들과 주방에서 할 일들을 꼼꼼하게 배웠다. 작은 것 하나하나 배우면서 일해왔던 것들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슈가버터 케이크의 특징은 많이 달지 않지만, 기분 좋은 단맛을 낸다는 점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디저트를 구매할 때 흔히 하는 질문들이 ‘제일 당도가 적은 케이크가 어떤 건가요’라는 질문이다. 처음 이 일을 할 때는 이해가 안 가는 질문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이해가 가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케이크를 먹는 문화도 아니었고 디저트를 즐기기 시작한 역사가 정말 짧다. 그러니까 정말 당연한 질문인 것 같다.

그래서 비슷한 우리나라 디저트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떡이 있더라. 떡의 당도를 비교해서 케이크와 접목해보면 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도를 조절하고 식감과 여러 가지를 우리나라 분들이 생각하는 디저트에 생각하며 만들다 보니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항상 듣는 얘기가 ‘사장님 케이크는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당도가 적당해서 좋다’, 그리고 ‘계속 먹어도 속이 편하다’라는 말이다. 그런 얘기만 들어도 확실히 나만의 매력이 있는 디저트들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계절과일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계절마다 케이크 메뉴도 바뀐다. 그러다 보니 이때 아니면 못 먹는 제품들도 있어서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다.

[▲ 중랑 상봉동 슈가버터의 내외부전경 및 주요 포트폴리오]

Q. 슈가버터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가장 기본이 청결유지와 맛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재료다. 음식을 다루는 사업장이라면 청결은 그냥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버려야 할 식재료는 바로바로 버리고 그때그때 더러운 곳이 있으면 즉시 닦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청소도 해가며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재료 선택도 중요하다. 여기서 좋은 재료란 비싸기만 한 재료가 아니다. 신선하고 맛이 좋으며 내가 만들고자 하는 디저트에 맞는 적당한 재료다. 이를 위해 원재료 맛을 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버터, 우유, 치즈 등을 항상 맛을 먼저 보고 다른 것들과 비교해 보며 특징들을 기록해둔다. 그리고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식감과 맛을 생각해보며 재료를 선택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만의 레시피가 확실하게 잡히기도 하고 어떤 것을 만들고자 할 때 이 재료가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Q.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아무래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방문해 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한번 오신 손님이 맛있다며 두 번 세 번 방문해 주시면서 지인분들과 함께 오고 또 그 지인분들도 찾아주신다. 그러면서 점차 손님이 늘었다. 가게를 홍보해 주고 싶다며 일부러 블로그를 시작한 손님, 이 동네에 가게를 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시는 분도 있다.

‘오래도록 이 자리에서 해주세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 등 정말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말들이 많았다. 오픈 때부터 오시던 또 다른 손님은 이곳의 케이크로 달력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케이크가 맛있어서도 오지만 나를 보고 싶어서 온다는 말씀을 듣고 정말 찡하더라. 혼자서 일하면 힘든 순간들도 많은데 이렇게 슈가버터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 덕에 힘이 많이 나는 것 같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아무래도 현장에서 9년 가까이 일해 온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나는 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도 아니고 엄청 추진력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근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꾸준함 덕분이다. 꾸준히 성실하게 일해왔고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왔다. 막내로 시작해서 책임자로 일하기까지 힘들지만 참 매 순간이 그래도 행복했다. 하나하나 재료들이 모여 케이크로 만들어 지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 그래서 매 순간을 누구보다 노력했고 열심히 일해왔다.

Q. 슈가버터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슈가버터를 디저트 카페로 잘 키워 나가고 싶다. 슈가버터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 거기 디저트가 맛있고 커피도 꽤 괜찮은 곳’ 이렇게 기억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무얼 집어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 곳. 그런 디저트 가게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가게가 좀 더 자리 잡으면 카페창업을 희망하거나 취미로 베이킹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한 클래스도 운영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나 자신도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할 생각이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9년 전 제과를 공부하던 시절, 일본의 디저트 카페에서 정말 놀라웠던 순간이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는데 테이블마다 커피와 케이크 하나씩을 두고 일본인들이 혼자 먹고 출근하더라. 내게 그 광경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참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한국에서도 저런 모습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분들이 혼자 오셔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고 여유롭게 드시고 가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참 뿌듯하고 좋더라. ‘아 정말 이젠 한국도 디저트 문화를 제대로 잘 즐기는구나.’ 싶었다.

슈가버터도 많은 분이 어렵지 않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동네에 가게를 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멋을 내지 않은 차림에 그냥 집 앞 카페에 가서 여유 있게 커피와 케이크를 즐겼으면 좋겠다. 여러분들의 일상에 하나의 즐거움이 되는 그리고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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