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이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이 다양한 논란으로 번지며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중 서울시와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고소인 A씨를 두고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면서 옳고 그름을 둘러싼 대립이 팽팽하다.

대표적으로 故 박 전 시장이 소속되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는 이번 사건에서 고소인을 두고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지난 16일 "성폭력방지법 등 소관 법률에 따라서 피해 공공지원을 받는 분을 피해자라고 보고 있다"며 A씨는 '법령상 피해자'라는 인식을 밝혔다.

피해호소인이라는 애매할 수 있는 용어가 이번에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다. 최초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2011년에 서울대에서 발생한 ‘담배 성폭력’ 사건이 있다. 당시 한 여학생은 어느 남학생이 '대화할 때 담배를 피우며 남성성을 과시했다'며 성폭력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이를 반려하면서 학내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학생단체가 단과대 학생회장이 2차 가해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

판단이 애매한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와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피해와 가해를 고정하는 이분법 구도를 피하기 위해 '피해호소인'이나 '가해지목인' 등의 말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담배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과 학생회장을 ‘가해지목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건에서 사용된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형사법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형사법은 '피해자', '피해 호소인' 등의 구분 없이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판결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더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선 경우 '피해자'로 칭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형사 절차가 아닌 사내 감찰이나 조사 시에는 '피해자'보다는 '신고인'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앞서 지난 15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故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 "피해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 번 통절한 사과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같은 날 입장 발표 때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외에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한국여기자회 등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 바 있다.

반면 여성단체 등은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상에서도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갑론을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피해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한 만큼 구별 없이 ‘피해자’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 아직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나눌 순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아직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이를 둘러싼 대립구도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20일 진행된 경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열띤 질문이 이어지는 등 故 박 전 시장 사건을 둘러싼 잡음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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