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지난 9월30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 서식하는 맹금류 4종의 표준게놈(genome, 유전체)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하고 대규모 조류 게놈과의 비교를 통해 맹금류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표준게놈 지도란 한 생물종의 대표 유전체 지도로, 해독된 염기서열을 가장 길고 정확하게 조립하고 유전자 부위를 판독해 완성한다. 표준게놈 지도는 생물종의 보편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 다양한 연구에 이용되어 ‘참조유전체’라고도 불린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표준게놈 지도는 아무래도 인간 표준게놈 지도이다. 인간 게놈 지도는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완성됐는데, 표준게놈 지도라 하기에는 백인 중심의 자료라 보편적 특성을 담지 못했다. 그래서 인종별 보편적 특성을 담아낸 표준게놈 지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각계에서 이루어졌고, 국내에서 역시 별도로 한국인을 대표하는 표준게놈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11월 한국인을 대표하는 표준게놈 지도가 나왔다. 당시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는 우리나라 국민 표준게놈 지도 ‘코레프(KOREF:KORean REFerence)’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공개했다. 이는 한국인이라는 생물 종의 대표 유전체 지도로 세계적으로도 특정 인구 집단을 대표하는 게놈 지도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 상당한 의의가 있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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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맹금류에 대한 표준게놈 지도 연구는 총 20종(맹금류 16종·비맹금류 4종)의 야생 조류를 대상으로 울산과학기술원 등이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했다. 그 결과 올빼미과에 속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수리부엉이와 소쩍새, 매과인 황조롱이, 수리과인 말똥가리 등 4종의 고품질 표준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이들 4종의 표준게놈을 분석해보면 맹금류는 사람 게놈의 3분의 1 정도인 약 12억 개의 염기쌍을 가지며, 모두 약 1만7천개 유전자를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 완성된 4종의 표준게놈을 포함해 전체 조류를 대표하는 15목 25종의 게놈을 정밀 비교한 결과 맹금류는 닭을 비롯한 다른 조류에 비해 청각 등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표준게놈 지도에서는 시각 신호 전달,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이 맹금류에서 특이하게 진화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매과와 수리과, 올빼미과는 아주 오래전에 분화해 유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뛰어난 시력과 반응성 등 맹금류의 신체적 능력을 보여주는 감각·운동기관에 특화된 유전자들을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아울러 야행성 조류에서 공통으로 진화한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색깔을 구별하는 유전자는 퇴화했지만, 빛을 감지하고 어두운 곳에서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들이 특이하게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냄새 감지 유전자가 많은 데다 소리 감지 유전자·생체리듬 유전자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표준게놈 연구에 대해 일각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실험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필요한 시료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등 각 지역 서식지 보전기관에서 치료 도중 안락사되거나 재활치료 중인 개체에서 확보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개체들의 혈액이나 근육 시료를 이용해 게놈 서열을 해독하고 이를 비교 및 분석했다고 생물자원관은 설명했다.

여주홍 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은 "이번 연구는 최초로 맹금류 4종의 전체 게놈 해독과 대규모 게놈 비교분석을 통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유전적으로 규명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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