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마약이나 위조지폐 식별은 사회악으로 어느 나라에서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 연구진이 마약 검사나 위조지폐 식별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해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술보다 감도가 1000배 이상 높은 데다 저렴해 다양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연구재단은 서강대 강태욱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 허동은 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제품 표면에 자유자재로 나노 센서를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13일 밝혔다.

광학 금속 나노 센서는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기존 분자검출 기술보다 속도와 감도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시료 표면의 매끄러운 정도와 화학적 성질에 따라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제작비용 또한 비싸 실용화 하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제작설비·공정에 의존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금속 나노입자가 중력 영향으로 모세관 안에서 이동하는 현상을 연구에 도입해 보기로 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한국연구재단 제공)

모세관이 빨아들인 물이 모세관 안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모습에서 착안했는데, 연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금속 나노센서의 크기와 모양은 모세관의 크기와 단면적의 형태를 통해 간편하게 조절 가능하고, 표면의 매끄러운 상태나 나노입자의 종류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 이에 연구팀은 값싼 유리 모세관을 활용해 입자 크기가 작은 금속 나노입자를 어떤 표면이든 손쉽게 부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금속 나노입자가 담긴 물을 모세관으로 빨아들인 뒤 나노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가라앉는 현상을 응용한 것으로, 금속 나노입자를 균일하게 고체 표면에 부착해 센서로 만들 수 있다.

이 광학적 금속 나노 센서의 검출 속도는 수 초 이내로 매우 빠르다. 검출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초 이내이고 민감도는 기존에 사용됐던 분자 검출 기술에 비해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금속 나노센서를 활용해 의류·모발의 미량 마약 성분 검출, 쌀·감귤 등 식품 표면의 잔류 살충제 확인, 땅에 묻힌 폭발물을 탐지하고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에 강태욱 교수는 "고도의 실험실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제작하던 고감도 금속 나노 센서를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식품 안전성 평가 같은 현장에서 빠르게 유해물질을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한국연구재단 C1가스리파이너리사업과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성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2월 27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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