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광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4일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537억 원을 청구하는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간차원의 소송은 지난 1999년 폐암 질환자 등 30명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지 15년만인 지난 10일 대법원이 원고패소로 확정 판결을 내렸으나, 공공기관으로는 최초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개인과 거대회사의 싸움이었던 지난 소송이 힘없는 개인이 패소한 ‘시범경기’였다면, 이번 소송은 공공기관인 건보공단과 공공기관이었던 KT&G 사이의 이른바 힘 있는 기관간의 '본경기'로 국내 사법기관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1980년대까지는 ‘흡연의 위험성은 이미 알려졌고, 담뱃갑에 경고문구도 부착됐다’는 취지로 담배회사가 승소했으나 1990년대 이후 미국 주 정부들이 적극 소송에 참여하면서 담배회사가 패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의 국제적 경향으로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브라질에서는 담배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원고승소판결이 나오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흡연은 개인의 자유의사”라며 담배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단은 이번 소송의 승소가능성과 소송비용 등을 고려해 흡연력이 20갑년이상(20년이상,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이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암 환자 중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성이 높은 3개 암(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공단부담 진료비 537억 원을 우선 청구했다.

건보공단측은 개인과 KT&G간의 소송에서는 법원이 암과 흡연의 '일반적인 인과관계'만을 인정하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공단이 흡연자 개인과 암 발생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만약 패소하더라도 담배회사의 위법행위와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흡연율 감소와 건강증진 정책 목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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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담배협회측은 이번 소송 역시 기존의 개인 소송과 법리적으로 다르지 않아 공단의 승소가능성이 전혀 없어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 비판하고, 2002년까지 국가가 담배를 제조, 판매했기 때문에 정부도 책임소재가 있는 만큼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연맹 등 금연 운동에 힘을 쏟았던 단체들은 환영의 입장을 표시한 반면, 납세자연맹 등 일부 단체는 승소 가능성이 낮아 소송비용으로 아까운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개인과 거대기업의 싸움은 거대기업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공공기관과 거대기업이라는 공룡들 간의 싸움이다. 지난 소송처럼 15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심리가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최소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본 게임이 시작된 담배소송, 법원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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