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서양사에서 르네상스 시기는 중세 사회가 근대 사회로 바뀌는 시기로 중세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뀌는 변화를 겪습니다. 이 시기에는 문학, 예술, 학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양식이 등장하고 국가 제도도 봉건제도가 아닌, 국민 국가가 출현하죠. 경제도 ‘토지’ 중심의 장원제도가 아닌 ‘자본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술계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요. 신을 중심으로 그렸던 중세 미술에서 근대 미술로 변화하면서 ‘인간’에게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 활동한 화가인 파올로 우첼로는 후기 고딕 양식과 초기 르네상스 양식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한 화가입니다. 그는 ‘감상자’와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원근법을 강조했으며 대상의 실제 색상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처/위키미디아) 파올로 우첼로

그렇다보니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원근법 이론의 표현이라는 명목 하에 미술을 희생시킨 화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훗날 20세기에 등장하는 초현실주의 화풍에 영향을 미칠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이발사 겸 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파올로.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예술적인 재능으로 피렌체 세례당 청동문을 조각한 로렌초 기베르티의 공방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는 작품 초기부터 ‘원근법’에 관심을 두었고 말년에는 외부와 단절한 채 은둔 생활을 하며 밤새도록 원근법 실험에 열중했다고 합니다.

그런 우첼로가 완성한 ‘숲 속의 사냥(The Hunt in the forest 1460)’은 그의 만년에 그린 작품으로 어두운 녹색을 배경색으로 삼아 화가의 특기인 명암 대비를 통해 기사와 말, 사냥개 및 길에 핀 들꽃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네 그루의 큰 나무를 배치해 화폭을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누면서 그림 전체가 균형을 이루게 되죠. 

(출처/위키미디아) 작품 '숲 속의 사냥'

그림은 크게 중앙의 세 부분과 양 끝의 작은 두 부분으로 나뉘며 또한 바닥에 놓인 다섯 개의 나무줄기는 구획을 나누고 그림 속 인물들과 함께 투시점을 그림 아래쪽으로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언뜻 보기에 복잡하기만한 그림이 이상하게 안정된 균형을 이루며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장치 덕분이죠.

그는 실제로 그림의 주제와 내용, 의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투시와 착시 효과를 불러 일으켜 감상자가 몽환적인 느낌을 받도록 하는 기법을 연구하는데 남다른 애착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에 나타난 인물과 사물들은 마치 환상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죠. 이를 통해 현실을 투영하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냥을 하는 병사들의 붉은색 조차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그림을 바라보며 우첼로는 단연 화폭 위에 또 다른 세계를 그려내는 물감의 마술사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파올로의 그림으로 이번 한 주도 힐링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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