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 디자인 이정선 pro] 입헌군주제를 따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일본 일왕은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외교 관계에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다. 이런 일왕이 최근 “생전에 퇴위하겠다”라는 뜻을 밝혀 일본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일본 헌법에 따르면 “황위는 세습으로 국회가 의결한 황실전범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황실전범에는 생전 퇴위 규정이 없고 황위 계승은 일왕이 사망했을 때로 한정 돼 있다. 그렇기에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임 발언은 황실전범을 개정하거나 신법을 제정하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다.

만약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있을 때 양위를 하게 될 경우 일본의 사회구조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일왕의 즉위연도에 따라 ‘연호’를 사용하는 일본의 모든 날짜체계가 뒤바뀌게 된다. 때문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할 경우 연호도 현행 헤이세이(平成)에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나루히토 왕세자의 호칭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현재 일왕에게 붙이는 경칭인 ‘폐하’라는 명칭을 퇴위 시에도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양위가 이뤄질 경우 현재 부계상속을 원칙으로 하는 남계남자(男系男子) 원칙을 여성으로까지 확대하는 문제도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뒤를 이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는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미히토(文仁) 부왕세자가 40여 년 만에 아들 히사히토(悠仁)를 낳으면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은 “‘남계남자’ 원칙에 따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임’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9년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자신의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의 잘못에 책임감을 느끼고 전쟁 위령지를 잇달아 방문하여 참회의 행보를 이어 왔다.

15년 전 자신의 생일에는 백제 혈통임을 고백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도 표현한 아키히토 일왕. 그는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를 참배했고, 2007년 도쿄 지하철 선로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이수현 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그가 일본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전쟁 등을 금지한 평화 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개헌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일왕을 국가 원수로 명문화 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려는 개헌 헌법에 반기를 드는 행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우경화가 심화되고 있는 일본. 주변국들의 화해와 평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한 아키히토 일왕의 파격적인 ‘생전 퇴임’이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