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키마이라(Chimair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이상한 동물로, 호메로스의 『일리어드』에 그 모습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앞쪽은 사자, 뒤쪽은 큰 뱀, 가운데는 숫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타오르는 불의 기세를 엄청나게 입에서 뿜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좀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모습은 기원전 5세기에 만들어져 현재, 피렌체 고고미술관에 있는 키마이라 청동상이다. 그것을 보면 몸과 머리가 사자이고 뱀의 꼬리를 가지며 한쪽으로는 염소의 머리가 나 있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키메라’라고 더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신화 속에서만 보던 키메라. 더 이상 신화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바로 ‘키메라 배아 연구’입니다. 키메라 배아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형질을 동시에 가진 인공 배아를 의미하는데요. 오늘날에는 ‘키메라’가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형질을 동시에 가진 ‘키메라 배아’를 키워내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 연구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파블로 로스 교수 연구팀은 현재 인간과 돼지의 유전형질을 결합한 ‘키메라 배아’를 돼지 자궁에서 키워 인공 장기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췌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요.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해 돼지 배아에서 췌장을 만드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고 ‘틈새’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사람에게서 얻어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주입해 인간과 돼지의 형질이 결합된 배아를 만들어 돼지 자궁에 착상시킨 겁니다.

그동안 인간과 동물의 혼합배아를 만드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3년 중국 연구진이 인간과 토끼의 혼합배아를 만들었고, 2008년에는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소의 난자에 인간 세포핵을 주입한 배아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생명윤리와 관련한 논쟁입니다. 생명을 어디까지 인위적으로 조작할 것인지, 인간과 과학의 가치를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도덕적으로 인간의 생명연장과 건강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파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 존재하는 만큼 키메라배아 연구에 대한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