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주먹을 휘두른다. 가능한 일일까?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2월 한 달간 데이트폭력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해 운영한 결과, 전국적으로 총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전과자가 58.9%나 달했고 재범률도 매우 높았다.

 

특히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5년 동안 3만6362명, 지난해에만 7,692명이 데이트 폭력을 겪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중 290명은 사망했다.

폭력의 방법은 다양했다. 연인의 얼굴에 염산을 붓거나 집에 불을 지르고, 흉기로 공격을 하거나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등으로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저지르는 일이라고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해지고 있다.

이에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데이트 폭력을 줄이기 위해,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 법’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잠재적인 피해자 여성이 애인의 폭력 전과를 경찰에 문의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경찰이 사전에 위험성을 알게 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잠재적 피해자에게 먼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클레어 법’이 도입되고, 이렇게 이름이 붙은 이유는 지난 2009년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당시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가 되었는데, 조사 결과 그 남자친구는 과거에도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전과가 있었다.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영국은 2012년부터 폭력 위험에 둘러쌓인 여성들에게 상대방의 폭력전과를 공개해 줄 수 있도록 추진해왔고 4개 지역 시범운영을 거쳐 2014년 3월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도 최근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하는 사건과 같이 데이트 폭력의 정도가 매우 심각해지고, 이들의 재범률이 76.5%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판 클레어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찰 측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게는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경고를 통해 경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과 법적 제재의 강도 등을 인지하도록 해 폭력행위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클레어법이 '프라이버시권'과 상충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인의 범죄전력이 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되는 것은 사생활침해라는 것이다. 또한 연인이라는 범위가 애매하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범죄예방과 프라이버시권의 균형에 맞는 제도와 정확한 범위가 제정되어야 할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클레어법’ 도입이 데이트 폭력을 막는데 해결법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관점이 있다. 데이트 폭력은 심리적으로 가까운 애인에게서 이뤄지기 때문에 폭력 행사 뒤 더 달콤한 사랑과 사과라는 보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심각한 폭력이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심각정도를 모르고 데이트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쉽게 신고를 하거나, 헤어짐을 결심하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귀는 도중 여성이 약간의 폭력이라도 겪게 되면,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고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 큰 폭력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빠른 신고와 대처는 필수이며 보복의 위험성이 있을 경우에는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하여 폭력의 위험성을 줄여야할 것이다.

가해자의 우월주의와 피해자의 안일한 생각이 결국 큰 범죄까지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 ‘클레어 법’을 시작으로 조금이라도 해결이 되고, 사랑을 빙자한 폭력이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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