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마무리 되었다. 비록 인간의 영역으로 불리던 바둑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안타깝게 패했지만, 뜻깊은 1번의 승리를 거두었음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편 한국기원은 이번 대결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둔 ‘알파고’에게 프로 ‘명예 프로9단’증을 수여 했고, 이어 바둑의 급과 단을 나누는 기력[棋力] 체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력[棋力]’이란, 바둑 ‘기’에 힘 ‘력’자로 말 그대로 ‘바둑 실력 또는 솜씨’를 뜻한다. 기력은 급과 단, 그리고 프로 단 세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가장 낮은 영역인 급은 18급부터 1급까지 18단계이며 아마추어 단은 초단에서 7단까지 7단계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프로의 단은 아마추어의 단과 같은 체계를 가지나 총 9단계로 구분한다.

기력에서 ‘급’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실력이 높아 18급이 가장 낮고 1급이 가장 높다. 하지만 단(아마추어)은 숫자가 높아질수록 높은 실력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프로의 단도 마찬가지다. 즉 바둑기사 이세돌은 바둑의 기력 중 가장 최고의 단계인 ‘9단’으로 이세돌 9단 외에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등이 대표적인 최고 단이다.

그렇다면 ‘왜 9단이 최고일까?’ 바둑뿐만 아니라 태권도, 합기도, 무술 등 동양의 최고 단수는 모두 공통적으로 9단이 최고인 것에서 비롯되었다. (유도는 10단) 동양에서 '숫자 9'의 의미는 남다르다. 9는 자연수에서 가장 큰 숫자로 최고를 의미하는 상징적 숫자이다 보니 살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살림 9단', 정치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정치 9단', 야구 고수에게는 '야구 9단'으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바둑기사들은 아마추어에서 프로에 입문하는 순간 단수를 얻게 되는데 1단부터 시작해 9단까지 차례대로 올라간다. 이 단수의 기초가 된 것은 예부터 중국에서 사용되어 오던 아홉개의 품계를 지칭하는 '위기구품(圍棋九品)' 이다. 위기구품은 입신(入神), 좌조(坐照), 구체(具體), 통유(通幽), 용지(用智), 소교(小巧), 투력(鬪力), 약우(若愚), 수졸(守拙)으로 나뉜다. 이를 기준으로 이세돌 9단처럼 앉아서도 모든 변화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바둑의 신'의 경지에 오른 실력을 '입신',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1단 기사들은 '수졸'이라 비유된다.

일반적으로 ‘급’은 치석(실력이 약한 쪽이 바둑을 시작 전에 미리 깔아두는 돌) 1점 차이를 한 급의 차이로 본다. 만약 4급과 6급이 바둑을 둔다면, 두 점의 치수(실력이 약한 쪽이 미리 접히고 두는 돌의 수)차이라고 말하게 된다. ‘단’ 역시 한 단계를 치석 1점 차이로 보지만 실제로는 차이에 대한 기준이 약간 애매하다. 초단에서 3단까지는 한 단에 1점의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지만 4단에서 7단까지는 한 단에 1점씩이 아니라 그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반점이나 그 미만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 고수의 세계에는 ‘단’ 사이의 차이를 치수로 구별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어 기사의 경력을 나타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실력이 뛰어날수록 기술이 복잡해져 치수를 매기기 힘들고 프로 기사들의 기력 차이는 너무 조밀하여 일반적인 치수로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기사의 단위 제도는 1950년 한국기원에서 처음으로 제정하였다. 1954년 4월 '제1회 승단대회’를 개최한 이후 '승단대회 규정'은 여러 번 개정을 거쳐 2011년에 개정된 '승단대회 규정'을 현재 사용하고 있다. 승단은 모든 기사들이 참가하는 종합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일반승단'과 특별한 성적을 올리면 승단하는 '특별승단'으로 나뉜다.

이처럼 바둑 기사들의 바둑 솜씨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기력’.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바둑 데이터를 저장하고 감정을 읽을 수 없으며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이세돌 9단은 기력 9단의 면모를 보이며 값진 1번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대결의 승패를 떠나 이세돌 9단이 그동안 노력으로 차근차근 쌓아왔을 인고의 ‘9단’ 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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