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홍시라]
제과·제빵을 전공하다가 인쇄소 직원을 거쳐 현재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작가 김나훔. 미대를 나와 전문 교육을 받은 보통의 작가와는 다른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그의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디자인과 그림 일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입니다.

이름이 참 멋집니다. 뜻을 알 수 있을까요?
- 작가명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제 본명입니다. 어릴 때는 특이해서 많이 놀림 받았는데요. 고등학교 때 어머니께 이름의 의미를 물어보니 ‘위로되는 사람’, 성경에서 ‘나훔’이 히브리어 ‘위로자’ 라는 뜻이라고 해요.

▲ '내리면 탑시다'의 작가 '김나훔'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셨나요?
- 고등학교까지는 막연하게 창작하는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미대에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자격증을 따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공예의 일종이라고 생각한 제과·제빵 관련 과로 진학해 레스토랑에 취업했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만뒀어요.

그리고 개인작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위해 PC방, 편의점 등을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습니다. 당시 ‘저는 디자이너가 될 거니, 개인 시간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웃음). 그러던 중 현재 일하고 있는 인쇄소 사장님이 제 조건에 동의하시고 그 때부터 인쇄 일을 하게 됐죠. 일하다 보니 인쇄는 제 작품이 세상과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일 업무 시간에는 즐겁게 일하고 퇴근 후에 재미 삼아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시작이었죠.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무엇이었죠?
- 이전까지만 해도 제 개인 작업을 하면서 지냈는데, 어느 날 SNS에서 ‘내리면 탑시다’ 포스터가 갑자기 화제가 됐어요. 그 작품을 보고 홍보 대행사의 대표님이 영화 <잉투기> 포스터에 절 추천하셔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리게 됐고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되어 이후 다양한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의 영화 포스터 '잉투기'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말 잘 그리시는 것 같아요~
- 저는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기술적으로나 특기적으로나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제 장점은 남들이 잘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것 같아요. 보통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정밀묘사는 잘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제 마음속 생각을 그림으로 끌어내다보니 이렇게 좋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생각을 그린다? 쉽지 않을 텐데 영감은 어떻게 얻으세요?
- 감성적인 스타일이라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럴 때 좋은 생각이 나면 바로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어요. 메모를 통해 얻는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예전에 사장님이랑 술을 마시다가 재밌는 생각이 스친 적 있어요. 그 때 지나치면 다시는 기억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습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실제 작업실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

‘라 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셨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타셨나요?
-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한 공모전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최종 선발된 총 100개의 작품 중 제 작품이 40개 정도가 올라가 있어 안심하고 있었죠. 그런데 순위에도 들지 못했고 낙담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더 실력을 갈고 닦았고 ‘라 사르디나 디자인 공모전’을 도전했는데 이전에 떨어졌던 작품 중 하나를 발전시켜서 내보냈습니다. 열심히 하기도 했고, 저와 잘 맞았는지 대상을 탈 수 있었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라사르디나 공모전 수상 작품, 카메라 안의 그림은 '만월'

가장 아끼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 ‘만월’ 이라는 작품 있습니다. 사람이 달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작품인데 남성이 소녀를 위로해주는 그림입니다. 어머니가 저를 기르실 때 하던 식당 이름이 ‘만월’ 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머니께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렸습니다. 저에겐 가장 뜻깊은 작품이라 예전에 전시할 때 가장 크게 액자에 넣어서 걸어뒀었어요.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며 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나훔씨.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언젠간 빛을 발하는 날이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그의 유명 작품 ‘내리면탑시다’, ‘쿡카대표’ 등의 탄생 스토리와 청춘에게 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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