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직업 중 가장 힘든 직업이 바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신이 힘든 일은 그래도 일이 끝나면 회복이 되지만 정신이 힘든 일은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응당 사람이라면 타인에게서 받는 수치심, 모멸감, 박탈감 등에 적절한 감정적 대응을 해야 그 스트레스가 해소되지만 직업상 이런 것들을 감수하고 직장에서 원하는 감정만을 표출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특히 감정노동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콜센터 상담원이 있다. 콜센터는 전화로 모든 업무처리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있다. 사람들이 일단 대면(對面)을 하게 되면 적어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을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 이미지 출처/플리커

하지만 콜센터는 얼굴을 보지 않게 되어 그런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콜센터에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콜센터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고 자신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밑에 있는 사람이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착각에서 콜센터 직원들은 고통을 받고 범죄가 발생하게 된다.

3일 전주지법 형사2단독 오영표 부장판사는 콜센터 상담원에게 성희롱하고 업무를 방해한 이 모씨(50대, 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전북에 거주하고 있는 이 씨는 지난 3월 모 보험회사 콜센터에 장난삼아 전화를 걸어 연결된 상담원(46, 여)에게 특정 신체부위와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 그 후 9일 동안 130여 차례나 전화를 걸어 여성상담원을 성희롱하고 업무를 방해했다.

이 씨의 범행으로 피해를 본 여성은 100명이 넘어 보험사는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과 업무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에 처해졌다.

이런 성희롱뿐만 아니라 콜센터는 대부분 고객들의 불만을 접수하는 곳이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콜센터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욕설과 짜증은 기본이고 무리한 요구까지 하는 바람에 심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거기에 항상 친절하게 대해야만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감정 대응에 대한 괴리감이 커 우울증이 발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콜센터는 고객과 업체의 중간에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콜센터가 있기 전에는 업체에 불만사항이 있더라도 연결도 잘 되지 않았고 교육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처리도 늦었으며 무엇보다 불친절했다.

하지만 이제 업체의 호감도에서 콜센터의 만족도가 차지하는 부분이 높아진 만큼 업체는 콜센터의 절대적인 친절을 요구하고 고객은 이를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콜센터나 판매점, 서비스 업 등 이런 것을 업으로 하는 감정노동자는 온종일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노고를 조금이라도 알아줘야 한다.

콜센터 직원들 역시 당신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가족일 수 있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며 요즘에는 대부분의 통화가 녹취되기 때문에 허튼 전화를 하면 응당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