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인턴] 최근 뉴스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UN에 보낸 인권보고서에 세월호, 비판언론의 고소, 통진당 해산과 같은 민감한 문제의 국내 인권 문제들이 삭제된 채 올라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이를 지시한 사람이 현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현 정권이 자신들의 치부를 왜곡하는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구성하는 기억을 말한다.

▲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구성하는 기억을 말한다.(출처/네이버영화)

라쇼몽 효과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영화 ‘라쇼몽’에서 시작됐다. 영화 ‘라쇼몽’의 줄거리는 녹음이 우거진 숲 속에서 남편과 아내가 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산적을 만나게 된다. 산적은 아내를 탐하여 그녀를 차지할 속셈으로 남편을 포박하고 아내는 겁탈한다.

오후에 그 숲속을 지나던 나뭇꾼이 남편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여 관청에 신고했는데 잡혀 온 산적과 아내, 그리고 영매사의 몸에 빙의한 죽은 남편이 각각 서로 다른 진술을 한다.

먼저 산적은 자신이 남편을 포박하고 아내를 겁탈한 것은 맞지만 남편은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내는 자신이 겁탈 당한 후, 남편을 보니 자신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그에 화가나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오히려 산적이 자신을 옹호해줬다며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결했다고 진술했다.

영화 말미에는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나뭇꾼을 통해 사건의 모습을 설명해준다. 아내는 산적을 받아들였고 남편과 산적은 서로 싸우는 게 겁이 나 아내에게 비겁하게 행동하자 아내는 자신을 갖고 싶으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며 싸움을 부추겼다. 남편과 산적은 결투를 벌인 것이 아니라 동네싸움 같은 치졸한 싸움을 벌였고 이 와중에 남편이 죽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무꾼의 진술 또한 나무꾼이 아내의 단도를 훔쳐갔기 때문에 이 진술도 나무꾼에 의해 조작된 기억이라는 결론으로 끝이 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건을 겪은 세 사람이지만 각자의 진술이 모두 다른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산적의 경우 직접적으로 죽인 당사자기에 자신의 죄를 가볍게 보이기 위해 정당한 결투 끝에 죽은 것이라 진술하고 죽은 남편은 자신이 행했던 비겁했던 행동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또한 아내는 자신의 부도덕함을 숨기고 지조 있고 절개 있는 여자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였다.

영화에서처럼 같은 사건을 두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다보면 결국 그 본질은 흐려져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UN에 제출한 인권위원회의 보고서 또한 객관적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과 다른 국가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라쇼몽 효과’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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