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최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타 겸업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천200억 원)의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 MLB에서 두 번이나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는 최초의 기록을 세운 오타니. 그의 야구 인생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오타니는 사회인 야구 선수였던 아버지와 배드민턴 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구속 110km/h를 기록하는 등 재능을 보였다. 이후 중학교 시절에는 이치노세키 리틀 시니어에 소속돼 팀의 전국 대회 출전을 이끌며 국내 리그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 선수인 기쿠치 유세이를 동경해 그의 출신 고등학교인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야구부 입단 후 감독이었던 사사키 히로시에 의해 투수가 아닌 4번·우익수로 공식전에 출전했다. 이는 아직 오타니의 뼈가 성장하는 단계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가을부터는 투수로 기용되기 시작해 최고 구속 147km/h를 기록했고, 2학년엔 151km/h를 기록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일본 내 최고 유망주로 우뚝 솟았다.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2012년 프로 야구 드래프트 회의를 앞두고 일본 프로 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구단 쪽에서도 오타니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메이저리그로의 진출을 희망했던 오타니는 돌연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에 입단했다. 계속된 입단 협상에서 3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가 협상 테이블에 제시됐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직접 미국으로 건너간 대한민국 야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본 국내 리그에서 실력을 닦고 경험을 쌓은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넘어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게다가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육성 플랜 등까지 제시해, 오타니는 합리적인 결정이라 생각하며 닛폰햄에 입단했다.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단 걸 증명하듯,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형 유망주로서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줬고, 일본의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하며 프로무대에서 착실히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2018년 오타니는 MLB 진출을 앞두고 투타 겸업을 여전히 지향했지만, 본인의 욕심으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며 구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도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에 날짜 제한 등을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에게 백넘버 ‘17’을 부여하며 오타니는 어릴 적 목표인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오타니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견주게 됐다.

오타니 쇼헤이[사진/wikimedia]
오타니 쇼헤이[사진/wikimedia]

오타니는 멘탈도 강하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오타니는 지난 3월 치러진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경기전 동료들에게 한 연설 내용이 화제가 됐는데, 오타니는 “(미국 선수들을) 동경하는 것을 그만두자”며 “1루에는 골드슈미트가 있고 외야에는 마이크 트라웃, 우익수에는 무키 베츠가 있고 야구를 하고 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이 있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그 선수들을 동경만 해서는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우리들은 넘어서기 위해, 1위가 되기 위해 왔으니 오늘만큼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한 점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9회 초 2아웃, 2023년을 넘어 야구 역사에 두고 회자 될 역사적인 장면이 탄생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마지막 타자로 팀 동료이자 야구계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이 등장한 것이다. 오타니는 트라웃과의 접점 끝에 풀카운트 상황에 직면했고, 마지막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일본의 통산 세 번째이자 14년 만의 WBC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확정지었다.

이렇게 소년만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데는 소년만화 주인공 같은 오타니의 노력과 평소 행실에 있다. 그는 ‘오타니 계획표’로 불리는 일일 계획표에 맞춰 생활해 왔는데, 몸만들기, 하체 강화, 구속 높이기 등 운동에 관련된 것부터,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물건 소중히 쓰기 등의 부분까지 적어 놓고 실천했다. 그는 “누가 버린 운을 줍는다는 생각으로 구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인생이 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꿈이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고도 했는데, 이런 언행을 통해 그의 평소 태도와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오타니 쇼헤이[연합뉴스 제공]

그의 가족도 대단하다. 오타니는 수천억 원을 번 ‘슈퍼스타’지만,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쇼헤이는 일본 북쪽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부모님을 위해 재건축을 제안했지만, 부모님은 ‘아직 건강하고, 집도 낡지 않았다. 돈은 그런 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지만, 아들의 돈을 1원도 쓰지 않았다.

형과 누나도 마찬가지다. 오타니의 형은 2년 전 결혼하며 이와테현 내의 멘션을 구입했지만, 비용은 전부 자신이 번 돈으로 지불했고, 누나도 3년 전 오타니의 소개로 야구부 관계자와 결혼했지만, 결혼 선물을 크게 해주고 싶다던 동생의 부탁을 뿌리쳤다고 한다. 가족들은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WBC 경기도 직접 보러왔지만 “우리를 신경 쓰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언론 취재 요청도 모두 거절했다. 오타니만큼이나 대단한 가족이다.

항상 겸손한 언변과 매너 있는 태도, 훈훈한 외모와 인성은 기본이며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그러한 자리까지는 재능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그의 태도와 노력 등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오타니 쇼헤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성기에 얼마나 더 대단한 업적을 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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