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정부가 최근 정신질환 병력자의 흉기 난동 범죄가 잇따르자, 국가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격리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사법입원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강제성을 띠는 만큼 인권 침해 논란도 뒤따르고 각계의 문제 제기 및 인프라의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법입원제’는 환자가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사법기관이 강제 입원을 결정하거나 사후 정당성을 판단하는 제도다. 

이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12월 임세원 교수가 환자의 흉기 난동으로 숨진 데 이어, 2019년 4월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이 불을 질러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지자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사법입원제’였다. 당시 법무부가 검토하고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했는데, "의료 전문가가 아닌 판사가 입원을 명령하는 게 맞느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우려에 대법원마저 부정적인 의견을 내며 흐지부지됐다. 

정부는 지난 17일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법부, 의료계, 지자체 모두 제도를 운용할 만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게 현재 우리의 주소다.

‘사법입원제’의 시행이 어려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보건 시스템이 외국과 다르다. 사법 입원을 시행 중인 유럽과 미국은 1970년대부터 정신병동을 줄이고 지역사회의 정신 보건 시스템을 강화해 왔다. 이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을 초기에 진단하고 꾸준한 상담을 통해 약물과 외래 치료를 받는 것이 선행되고, 강제 입원은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사법입원제’를 도입한다면 인프라, 치료 시스템 구축 단계를 건너뛴 채 입원부터 시키는 거라는 반발이 적지 않다.

또, ‘사법입원제’를 뒷받침할 만한 의료진이 부족하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자체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인기가 적지 않지만,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점점 줄고 있다. 그리고 치료 정도에 따라 필요한 후속 치료와 사회 복귀를 지원할 인프라도 턱없이 모자라다. 

법원 측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이다. ‘사법입원제’ 도입을 가정했을 때 법원이 매년 심사하게 될 강제 입원 건수는 2020년 10만 33건에 달했다. 전국 가정법원 판사 한 명이 연간 1,200건(매일 약 4건)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178명의 판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의 계산이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강제 입원(비자의 입원) 제도는 세 종류다. ▲보호자 2명이 신청하고 전문의 2명이 일치된 판단을 내릴 때 이뤄지는 '보호입원' ▲전문의 또는 경찰이 지자체에 입원을 요청해 이뤄지는 '행정입원' ▲전문의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입원'으로,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소송 등의 우려로 의료계나 당국은 강제 입원 조치에 소극적이라, 사실상 강제 입원은 보호입원제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본인의 의지로 입원하지 않는 한, 환자와 극심한 갈등을 빚기 쉬운 강제 입원의 부담과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보호자)이 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환자 가족 사이에서도 ‘사법입원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증 환자 다수가 치료를 거부해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어 치료를 강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회장은 "보호자 등 누군가 병원에 데려가려고 하면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며 거부하는 정신질환자가 전체의 99%라고 보면 된다"며 "치료 중단이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은 만큼 강제성이 있는 입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법입원제’를 찬성하는 의료계에서는 이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질환자를 지역사회에 적응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신병의 진단과 치료, 재활, 인식 등 모든 부분에 공백이 있다 보니 사회적 편견이 늘고 환자들은 숨게 돼 범죄가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우려들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이를 불식시킬 보완책을 논의하거나 마땅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정부의 이번 제도 도입 추진 공언 또한 요란한 말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모쪼록 사회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가 정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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