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그린 영화<오펜하이머>가 개봉 첫날부터 흥행을 이어가며 원작 도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까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으로 ‘명작 제조기’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는데, 영화<오펜하이머>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사실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주인공 오펜하이머다. 영화 내에선 그의 유년기나 청년기는 그려지지 않는다. 이해를 돕고자 오펜하이머가 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그의 본명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1904년 4월 22일에 뉴욕에서 부유한 유대계 가정의 아이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보인 그는 처음엔 좋아했던 화학을 하버드에서 전공했으나 1년을 공부해 보니 화학에서 좋아하던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물리학이었다. 그래서 그는 물리학 관련 서적 15권을 읽고 물리학 대학원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학교에 청원을 냈는데, 당시 지도 교수가 책들을 보니 제목을 아는 것만으로도 물리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서적들을 골라왔기에 물리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고 그렇게 물리학에 입문하게 된다.

주인공 외에도 다양한 과학자들과 일화들이 등장한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험은 못 했던 오펜하이머는 졸업 후 실험 물리학의 성지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로 옮겼고, 194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패트릭 메이너드 스튜어트 블래킷 지도교수를 만난다. 블래킷 교수는 실험을 혹독하게 하기로 유명했는데 오펜하이머와 마찰을 여러 차례 빚었고, 한번은 오펜하이머가 유해한 물질을 묻힌 사과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영화에서 각색되었지만, 이러한 일화들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보는 것도 재미 요소다. 

또 우리에게 ‘아이언맨’으로 익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오펜하이머와 대립하는 ‘루이스 스트로스’를 연기했다.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게 “왜 아인슈타인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가담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에 오펜하이머의 답변에서 그의 성격과 천재성을 엿볼 수도 있다.

외에도 오펜하이머가 사랑했던 두 명의 여인, 당대 유명한 과학자들과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요 인물들을 누가 연기했는지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간단히 시대 배경을 알고 가도 좋다. 독일에서 총통이 된 히틀러가 유대계 교수들을 이유 없이 해고했는데, 오펜하이머도 해고된 교수 중 하나였다. 그 당시 핍박받던 유대계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데,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핵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가 급작스레 진행된 이유도 따로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것’을 입증해 노벨상을 받았다. 이에 ‘이 실험 원리를 연쇄반응 시킨다면 엄청난 폭탄이 되겠다’라는 건 과학자들 사이에선 상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침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독일도 미국도 서로 핵폭탄을 개발할 거라는 생각에 ‘맨해튼 프로젝트’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의 구성도 잘 짜여 있다. 영화는 ‘핵분열’과 ‘핵융합’이라는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기적으로 놓여있는데, 초장부터 두 챕터의 제목을 공개한다. ‘핵분열’은 오펜하이머(킬리안 머피)의 시각에서의 시점, ‘핵융합’은 대립하는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점이다. 두 개의 챕터가 섞여서 혼동될 거라고 생각들지만, 서사를 매끄럽게 이어가기 위해 오펜하이머의 시점은 컬러로, 스트로스의 시점은 흑백으로 과거 회상 장면처럼 표현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이 영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객관적이고 매력적이다. 우선 선악을 판단하거나 입증하려 하지 않는다. 오펜하이머의 업적으로 벌어진 끔찍한 결과와 이로 인해 그가 궁극적으로 몰락하고,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똑바로 응시하도록 했다. 

영화<오펜하이머>는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서사, 구성 등으로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으며, 놀란 감독이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적절한 온도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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