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proㅣ휴대전화 사용자가 한 달 동안 다 쓰지 못한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통신데이터 이월제’ 방안을 정부가 검토에 나섰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달 23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 이월제도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이월제’의 등장 배경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금융과 통신 시장 독과점을 언급했고,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지난달 초 통신사 카르텔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모든 정책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와중에 가운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실시한 ‘2022년도 통신 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이 ‘미흡’하다고 결론 났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제공량에 비해 많이 남는 것도 이유로 꼽는다. 5G 통신에 가입한 국내 소비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8기가 수준이다. 통신사 평균 6만 9천 원 요금제로 월간 110기가를 받는 경우 30%를 채 쓰지 못하는 셈인데, 남은 데이터는 다음 달이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박 차관은 현재의 요금제에 대해 "통신 사업자가 내놓은 요금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고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요금제로 가야겠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문자, 전화, 데이터, 혜택 등의 조합으로 고가, 중간 요금제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데이터 이월도 좋지만, 처음부터 데이터 사용량만큼만 돈을 내는 등의 저가 요금제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통신데이터 이월제 외에도 4만 원대가 시작 점인 5G 요금제 하한선을 3만 원대로 낮추는 방안과 저가 요금제 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통신사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함께 자리한 마재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중간요금제 출시 이후 고가요금제에서 하향 이동하는 경향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저가 요금제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최적의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게 (통신) 사업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부터 5G 28GHz 대역 활용 신규 사업자를 모집했으나 아직까지 지원자는 없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재무적 형편이 어렵거나 투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박 차관은 "관심을 보이거나 어떤 형태로라도 참여하기를 희망한 기업들을 위해 설명회 등을 개별적으로 가질 생각"이라며 "앞으로 6G로 가기 위해서는 28㎓ 구축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예산을 20% 이상 줄일 계획이다. 박 차관은 "내년도 ICT R&D 예산은 올해 1조5000억원에서 20% 이상 줄여 1조1000~2000억원 정도로 편성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적인 구조조정에서 고심이 많았고 어렵게 작업을 해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주요 R&D 예산안이 삭감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통신 3사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넘어서며 높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우선 통신사들의 자발적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협의는 통신사의 독과점 구조로 인해 통신비가 상승했다고 보고 있는 정부가 저가 요금제 다양화, 통신데이터 이월제 도입에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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