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다양한 신화 속 인물들이 정치, 문화,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비유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나친 자기애를 의미하는 ‘나르시시즘’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소년 ‘나르시스’에서 따온 용어다. 나르시스와 같이 어떤 사건이나 상황 등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먼저 흔히들 알고 있는 ‘나르시스’의 이야기다. 먼 옛날, 그리스에 에코라는 요정이 아름다운 소년 ‘나르시스’를 사랑했지만, 나르시스는 에코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에코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말았는데, 에코의 친구들이 율법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이에 네메시스는 나르시스에게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는 벌을 받았고, 꼼작 않고 제 모습만 바라보던 나르시스는 그대로 굶어 죽었다. 그 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한 나머지 죽은 나르시스에서 ‘나르시시즘’이라고 단어가 나왔고, ‘왕자병’, ‘공주병’처럼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꼬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시시포스’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는 꾀가 많은 것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죽음에 이르러서도 저승의 신 하데스를 속이는 등의 벌로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야 했다. 정상에 올리면 돌은 다시 반대 방향으로 굴러 내려가 다시 돌을 밀어 올려야 했다. 시시포스는 이렇게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영원한 형벌에 처했다고 전해지며, ‘시시포스’는 ‘무한한 형벌’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노래 중에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노래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이들은 ‘금기’를 깬 세 여성을 대표한다.

성경에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온다. 에덴동산에 살고 있던 둘은 무엇이든 먹고 마시고 가져도 됐지만 딱 한 가지, ‘선악과’만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브가 이를 어기고 선악과를 먹었다. 그 뒤로 아담에게도 선악과를 권했고, 결국 둘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프시케’는 미모가 뛰어나 사람들에게 미의 여신으로 추앙받았다. 이를 질투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들 ‘에로스’(큐피드)에게 사랑의 화살로 추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라고 시켰다. 하지만 프시케를 직접 본 에로스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어둠 속에서만 그녀와 함께하는 남편이 되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와중 가족과 만나고 온 프시케는 언니들의 조언에 밤 중 몰래 남편의 얼굴에 빛을 비춰보았다.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프시케는 사랑의 신 에로스를 바라보다 그만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을 남편의 몸에 떨어뜨렸고, 잠에서 깬 에로스는 실망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마지막 ‘푸른 수염’은 여러 차례 결혼했으나 그때마다 아내가 실종되는 수상한 귀족이다. 그는 어느 날, 어느 한 가문의 막내딸과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결혼식을 올린 후 막내딸은 푸른 수염의 성에서 살게 되었다. 푸른 수염은 성의 모든 방을 다 열어도 좋지만, 한 작은 방만은 열지 말라고 했다. 막내딸은 그 말을 충실히 지켰으나 얼마 후 푸른 수염이 지방으로 떠나고, 성에 찾아온 그녀의 언니가 꼬드기자 결국 작은 문을 열고 마는데, 그 방 안에는 지금까지 푸른 수염과 결혼한 아내들의 시체가 있었다. 이에 가족들을 불러 푸른 수염을 죽이고 그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는 모두 금기시하는 것을 원하고, 규율을 깨는 사람으로 ‘르세라핌’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는 ‘남들이 주입한 대로 살아가는 게 아닌, 규율을 깨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해석이 있다고 한다.

끝으로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다. 프로메테우스는 가장 강한 신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게 하고 밤이 되면 회복되도록 해 영원한 고통을 겪게 했다. 인간에게 지혜를 준 대가로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였기에 거룩한 희생의 이미지로 이용될 때가 많다.

외에도 영화 소재나 비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인물들이 많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이 많이 인용되는데, 이는 옛 시인이나 문인, 또는 고대미술에서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으며 이미 선사시대부터 형성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라 서구권에는 흔히 알려진 이야기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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