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이사나 결혼식 등 중요한 일을 치르기에 앞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손 없는 날’을 계산해 해당 날짜를 정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무방수날’ ‘물방새날’이라 불리는 음력 2월 9일은 ‘손(害, 귀신)’으로부터 특히 안전한 날로 여겨지는 민속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무방수날’은 음력 2월 9일을 가리키며, 어떤 일을 해도 해(害)가 없는 날을 의미한다. 지역마다 ‘손 없는 날’, ‘물방수날’, ‘물방새날’ 등과 같이 다르게 일컬어진다. 

민간에서 내려오는 풍습에 따르면 보통의 날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손(귀신)이 돌아다니다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탈을 만든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면 손(귀신) 손이 든 날, 손(귀신)이 든 방향으로 못만 밖아도 눈에 핏줄이 서는 등의 탈이 생간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손 없는 날’은 이러한 귀신의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는 활동이 잠잠해지는 날로 특히 음력 2월 9일인 ‘무방수날’은 손(귀신)이 하늘에 올라가는 날이라 무슨 일을 해도 탈이 없다고 여겨져 왔다. 민가에서 더럽고 귀신이 자주 나온다고 전해지는 변소를 옮기는 일도 이 ‘손 없는 날’에 하는 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방수날은 땅에서 물이 올라오고 지기(地氣)가 오른다고 해 만물이 소생하는 날로 여기기도 한다.

이처럼 음력 2월 9일 ‘무방수날’은 어떠한 방향에도 손(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활동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각 지역 마다 다르지만 평소 미뤄뒀거나 꺼리던 집안의 대소사를 이날 치르기도 한다. 변소를 옮기거나 새로 짓는가 하면, 못을 박는 등 집을 고치기도 하고, 가재도구를 정비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사나 이장(移葬) 같은 평소 조심하던 일을 ‘무방수날’ 치르기도 하며, 무방수날에 담근 장은 맛이 좋다고 해서 이날에 맞춰 장을 담그는 곳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날로 인식해 ‘무방수날’에 나무를 비롯한 식물을 심기도 하고 특히 농사나 밭일을 준비하고 시작하기에 좋은 길(吉)한 날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무방수날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속 풍습이라 이 날의 의미를 가리키는 관련 속담도 많다. ‘성주단지를 뒤집어놓아도 집안에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는다’ ‘시신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 등이 무방수날 특유의 손(귀신)이 없고 길(吉)한 날임을 보여주는 속담들이다. 이 외에 무방수날인 음력 2월 9일에는 나무심기, 장담그기, 집고치기, 가재도구정비, 등의 풍속이 행해지기도 한다. 

최근 현대 사회에서는 ‘손 없는 날’이라는 민속적 개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집안의 대소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준일로 삼기도 한다. 여타 전통 문화를 대하듯 ‘무방수날’ 등 손 없는 날을 이해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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