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영화 ‘조디악’이 재개봉했다. ‘조디악’은 지난 2007년 개봉했던 영화로 ‘파이트클럽’,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를 찾아줘’ 등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활동했던 연쇄살인범 ‘조디악 킬러’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This is the Zodiac speaking’ 해당 문구로 시작되는 편지가 각 언론사에 도착하며 사내 모든 업무가 마비된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이후 언론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신원에 대한 단서를 던지며 경찰을 조롱하는 살인범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범인은 함께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했고 이에 온 도시가 들썩이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사의 삽화가, 수사관 등이 나서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통의 범죄, 스릴러, 공포 영화들은 추격전, 기괴한 소리나 연출, 표정 등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영화 ‘조디악’은 그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나라 영화 ‘살인의 추억’과 비견된다.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을 비롯해 잔인한 장면이나 피해자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살인자를 쫓는 기자와 경찰, 삽화가의 이야기에 더 중점을 뒀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점점 집착하고 그에 따라 삶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염두하고 본다면 영화에 더 몰두할 수 있다. 

다음, 주연배우로는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하는데 쟁쟁한 주연급 배우들이 세 명이나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젊을 적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겁고, 우리 머릿속 그들의 이미지로 자리 잡은 마블사의 어벤져스 사가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 또한 재미를 준다. 이러한 매력적인 배우들이 이끌어가기에 15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비교적 잔잔한 진행에도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극한의 완벽주의로 재촬영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조디악을 찍으려고 1만장이 넘는 서류와 자료를 조사했으며 “설득력 있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내가 할 일은 스토리에 필요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지 배우들을 배려해 촬영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 그의 작품에 대한 철학과 강한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이런 열정과 솔직한 성격 때문에 영화 촬영 당시 주연 제이크 질렌할과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는데, “그 당시 각종 영화제에 불려 다니면서 정작 우리 세트장에 오면 집중하지 못했다. 그는 좀 산만했다.”라며 인터뷰했고, 평소 배우들에게 “술이 덜 깨서 힘들든, 당신들의 개가 죽어서 힘들든, 에이전트에서 해고됐든 상관없다"며 ”일단 세트장에 오면 집중하라“고 이야기 한다고 밝혔다.

핀처 감독은 초창기 화려한 연출과 웅장한 사운드를 사용했던 것과는 다르게 ‘조디악’에서는 절제된 영상미와 더불어 자극적인 연출은 최소화하고 암호 해독, 범인과의 심리 게임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살인하는 장면을 잔인하게 보여주지 않고도 등골에 오싹함을 안겨주는 것은 핀처 감독이 가진 엄청난 재능이다. 또 그는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지옥으로 바뀌는 장면을 담담하지만,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의 발단이 궁금하다면 12일 재개봉한 '조디악'이 올여름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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