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 기자ㅣ햇살이 뜨거운 여름날 사람들이 찾는 음식들이 있다. 수박화채, 빙수, 아이스크림 등 시원하게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음식들은 매년 여름마다 꾸준히 사랑받는다. 그중에서도 팥, 망고, 딸기, 인절미 같은 다양한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는 빙수.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2001년 가수 윤종신이 발표한 곡 ‘팥빙수’는 지금까지도 리메이크되고 있다.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진 빙수는 언제 어디서 처음 생겨났을까.

우선 ‘빙수’란 얼음을 잘게 부수어 갈아 기호에 맞게 팥부터 과일까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드는 음식을 가리킨다. 빙수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는데, 그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은 무려 기원전 3000년경의 기록이다.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넣은 음식이 기원전 3000년경에 존재했다고 하고, 11세기 송나라 역사를 쓴 송사에서도 단팥을 얼음과 함께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점령할 때 먹었다는 설도 있다.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에 지쳤을 때 높은 산에 쌓인 눈을 그릇에 담아 꿀 등과 섞어 먹었다고 한다. 또 로마의 카이사르 장군은 알프스에서 가져온 얼음과 눈으로 술과 우유를 차게 마셨고, 네로 황제는 알프스산맥에서 가져온 만년설에 꿀이나 와인을 뿌려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얼음과 관련된 기록이 존재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신라 지증왕 때에는 겨울에 얼음을 채취해 두었다가 여름에 꺼내어 얼음 위에 음식을 놓아두었고, 조선시대에는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얼음창고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열리는 국가 의례 때 음식 선도 유지에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의 ‘빙수’처럼 무언가를 첨가해서 먹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들이 얼음에 감미료를 넣어 먹은 것은 일본 장사꾼을 통해 한국에 빙수가 들어온 이후부터다. 일본에서는 상류 특권층이 얼음을 칼로 깎아 먹었고, 1880년대에 얼음을 깎는 빙삭기의 개발로 빙수를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20세기 초의 일본에서는 얼음에 팥을 올리거나, 설탕을 시럽으로 만들어 뿌려 먹는 방식이 대중적이었다.

이때 일본의 빙수가 일제강점기였던 한국에 퍼지면서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빙수’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얼음 위에 팥을 얹었고, 조선총독부가 화학물질을 규제하지 않았기에 빙수 장수는 색깔이나 향을 낼 수 있는 첨가물을 추가해서 판매했다. 이 빙수가 조선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1930년대에 ‘아이스케키’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빙수의 인기가 한층 사그라들었다. 이후 호텔 커피숍, 다방, 과자점 등에서 판매되다가 90년대 가정용 빙수기가 대중화되면서 빙수가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생겨난 수많은 커피 전문점. 커피 전문점에서 여름철 디저트로 주로 빙수를 선보이며, 대중들은 더 쉽게 빙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빙수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다가 2010년대에 ‘인절미 빙수’가 많은 사랑을 받자 커피 전문점들은 더 새로운 빙수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겨울에도 카페에 가면 곡물을 올린 빙수부터 커피나 과자를 올린 빙수까지 너무 많은 종류를 볼 수 있다. 제철 과일은 물론, 용과 같이 자주 먹지 않는 과일로 만든 빙수들도 인기를 끈다. 이제 ‘팥’을 올리는 ‘여름철’ 음식이 아니라 사시사철 무엇이든 올려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된 ‘빙수’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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