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82년 된 서울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이 거듭된 적자로 8월 31일부로 폐업이 결정됐다.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K-메디컬 허브’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사실상 ‘외국인 전용 병원’을 만들자는 의견이라, 이는 서울시가 주장한 ‘지역 의료공백 해소’라는 폐원 반대 사유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제대학교 내부의 상황도 복잡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백병원은 1936년 경성의학전문학교(서울대 전신) 외과 주임교수 백인제(白麟濟) 박사가 현 서울백병원 위치에 우에무라 외과병원을 인수, 위탁 경영을 하며 시작됐다. 이후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정식 개원한 것이 백병원의 시초이다.

2017년 서울시 감염병협력위원회 MOU 체결과 코로나19 기간을 지나오며 감염병 전담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서울백병원은 2004년 처음 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누적 적자 174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어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교수진과 병원 직원들은 경영진이 백병원 부지의 상업용도 전환을 겨냥해 손실을 과도하게 부풀려 폐원을 결정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폐원 결정과 관련해 의료 공백을 이유로 서울백병원 부지의 상업용도 전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울시 중구청은 '서울백병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 입안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해당 절차에 들어갔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해당 부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의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의 후손인 백진경 인제대 교수는 최근 인제학원 이사회의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에 대해 "병원 설립자인 큰할아버지(백인제 선생)와 선친은 적자를 이유로 병원을 폐원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인접한 서울백병원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 의료시설, 원격진료, 응급센터를 갖춘 시설로 특화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 교수의 주장을 현실화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서울백병원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된다면 서울시가 주장한 폐원 반대 사유인 '지역 의료공백 해소'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폐원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서울백병원의 외국인 전용 병원 전환안이 아직 의견 정도이기 때문에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준태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은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지만, 명확하게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제대학교의 총장 선거도 관건이다. 백 교수는 오는 8월 열리는 총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K-메디컬 허브' 전환안은 백 교수의 주장일 뿐, 인제학원은 아직 폐원과 관련한 입장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총장 선거의 결과에 따라 인제학원 측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시는 도심 일대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이외에 4개의 종합병원(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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