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24시간 365일 추위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여름조차 겨울옷과 장갑을 착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한랭응집소병’ 이른 바 ‘온도감옥’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심리적인 고통까지고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 

한랭응집소(Cold agglutinin disease·CAD)병은 적혈구 파괴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극희귀 자가면역 혈액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 몸 안의 ‘한랭 자가항체’에 의해 정상 체온 미만에선 적혈구가 계속 파괴된다. 말은 어렵지만 증상은 명확하다. 체온보다 조금만 낮은 온도에서도 암 환자 수준의 피로 및 신체적‧사회적‧심리적 고통을 받는 질환으로,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늘 극심한 추위를 느끼며, 일상생활 중 조금만 냉기가 있다면 적혈구 파괴 증상을 겪는다. 때문에 한 여름에도 선풍기, 에어컨 사용이 불가능하며 일상생활에 큰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이 질환은 ‘온도 감옥’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랭응집소병은 추위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주로 빈혈, 극심한 피로, 호흡 곤란, 혈색소뇨증과 같은 용혈 증상 및 손끝이 파래지는 말단 청색증, 레이노 현상 등 증상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 병이 더 위험한 점은 치명적인 빈혈 및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한랭응집소는 희귀병 중에서도 희귀하며, 치명적이다. 전문의사조차도 평생 환자를 한 번도 못 볼 정도로 극희귀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제를 쓰면 큰 증상 없이 살 수 있지만, 못 쓰면 암도 아닌데 5년 내 40%는 사망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혈전증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병이지만 극희귀질환인만큼 정보도 적고 치료도 어렵다. 인구 100만명 당 약 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인구 100만명 당 기후에 따라 5~2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온도감옥 속에 살아가는 환자가 100명 안팎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환자수는 그저 추측일뿐, 우리나라는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어 환자 수 집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 더 큰 문제다. 적은 환자 수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진단도 어렵지만 힘들게 진단받게 되더라도 국내에는 한랭응집소병에 허가된 약이 없어 치료가 제한적이다. 그저 환자들은 임시방편으로 추위 및 냉기 피하기, 엽산 복용, 수혈 등 대증적인 치료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나지막한 희망은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수팀리맙’이라는 약이  유일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는데, 이 약은 용혈의 원인인 고전적 보체 경로를 선택적으로 표적 하는 치료제다. 다만, 국내에는 아직 이 약이 허가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패스트 트랙으로 국내에 진입하기 위해선 한랭응집소병 같은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단 5년 후 환자 10명 중 4명가량(39%)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 질환, 환자들이 조금만 냉기가 있는 곳이라면 적혈구 파괴 증상이 나타나며 극심한 추위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질환, 한랭응집소병. 온도감옥이라 불릴 만큼 무서운 질병이지만 아직 정보도 미미하고 무엇보다 인식이 낮아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희귀질환을 위한 콘트롤 타워를 두고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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