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난 9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여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다”고 말하며 일본의 과거사를 대하는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도쿄 도내에서 행한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전후 70년을 맞은 일본이 역사 문제를 둘러싼 중국 및 한국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다"며 "주변국의 관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강연에서 “독일 총리 입장에서 당신들(일본)에게 당신들 이웃에 어떻게 대처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역사와 경험은 우리에게 평화로운 화해의 수단을 찾을 것을 일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전범국가였던 독일이 홀로코스트 등 과거에 행했던 잘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인정하며 이를 사죄함으로써 피해 국가였던 프랑스, 폴란드 등 주변국과의 진정한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다르게 말해서 독일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사죄를 하지 않고 미국과의 로비로 억지로 무마시키려고 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우회적으로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 총리는 이어 한중일 간의 긴장이 이어지는 데 대해 "중요한 것은 평화적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라며 동아시아에서도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고 평화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 시원한 발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일본이 독도와 과거사에 대해서 망발을 쏟아내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그에 대해 여야가 국회에서 일본에 대한 규탄 정도만 했을 뿐 그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자국도 아닌 일본 영토에서 그와 같은 핵직구를 날린 것이다.

독일이 이렇게 자신 있게 발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독일은 국가 발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과거사 청산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와의 협력이 곧 국가 미래 발전의 기초라 판단했기 때문에 독일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1970년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를 기점으로 독일은 현재의 메르켈 총리까지 세계인들 앞에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폴란드 등 피해국가 들은 독일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들여 유럽연합인 EU까지 출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독일은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사죄와 더불어 보상을 하고 있고 학교 수업에 나치에 대한 반성 등을 커리큘럼으로 넣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일본은 침략사를 부정하며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 우기며 교과서를 왜곡하는 등 독일과는 정 반대의 노선을 달리는 뻔뻔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거기에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힘을 등에 업어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를 그대로 묻어버리려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발언은 메르켈 총리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먼저 당당하게 요구했어야 하는 말이지만, 친일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이런 발언을 제대로 할 리가 없을 것 같아 씁쓸하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독일이 강대국이어서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과거사 청산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피해국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사 청산을 요청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일까?

메르케 총리 같은 대담한 발언과 요구가 우리에게서도 나올 수 있기를 부러워하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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