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Pro] 종종 들리는 끔찍하고 잔인한 성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소식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사곤 한다. 특히 피해 자체는 물론이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추가로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피해는 평생 떨쳐내기 힘든 트라우마를 만들기도 한다. 이에 법무부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겪는 정서적 피해를 막고자 아동 친화적 증거보전 절차를 신설한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법안은 북유럽 국가에서 비슷하게 시행 중인 '바르나후스' 모델 등을 참고해 우리 법체계와 여건에 맞는 제도를 설계했다.

바르나후스(Barnahaus)는 ‘아동, 유아’를 뜻하는 바르나(barna)와 ‘집’을 의미하는 ‘haus’을  합한 스웨덴어로, 성적/신체적 학대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바르나후스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성적/신체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에게 사법·복지·보건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를 가리키는데,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낯선 환경에서 피해 사실을 반복해서 진술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바르나후스는 성폭력이나 학대 등의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경찰서, 법원 등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매번 낯선 환경에서 피해 상황을 반복해 회상하고 진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 취지에 따라 바르나후스에서 피해자가 한 진술은 영상으로 녹화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된다. 

국내에는 아직 피해 아동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니 어쩌면 조금 잔인해보일 정도다. 특히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진술을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6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 아동들의 2차 피해를 막고자 하는 움직임은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는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후속 조치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4월 11일부터 서울, 인천, 대구, 광주, 경기, 경기 남부, 충북, 전북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추진한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북유럽의 ‘바르나후스’와 유사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통해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에서 비디오 중계를 통해 진술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법정에 나서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며 증언해야 하는 압박감과 부담을 덜게 되었다. 해바라기센터 시범사업은 한 달간 진행되고, 그 후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하여 다음 달 중 전국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바르나후스를 참고해 피해 아동이 또다시 법정에 나와 피해 경험을 반복해서 진술하거나 반대신문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고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익숙한 장소에서 훈련받은 전문가에게만 진술하도록 하고, 변호인 등 소송 관계자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영상을 통해 참관하도록 정했다. 또 반대 신문 시 피해 아동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문하고, 반복적인 진술 횟수도 최소화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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