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집무실

다음 대통령의 책무

 

 

 

 

제18대 대선 경쟁이 한창이다. 선거일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이 시점에서도 승부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야권의 단일 후보는 누가 될 것인지도 흥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조만간 마무리될 선대위원회 구성부터는 더욱 본격적인 지략 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대통령만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 성공한 대통령이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민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대통령 권력의 제약, 국론 분열, 대통령과 참모들의 준비 부족, 집권 여당의 역량 빈곤 등.


여하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책임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기에, 각 대통령 후보 진영은 다음 5년의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소홀함이 없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대선 캠프들이 당선에만 힘을 쏟는 나머지 정작 중요한 집권 후의 국가 경영에 대해서는 대비가 부족한 편이다. 이것이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다음 대통령이 집권하는 5년은 참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 유럽의 재정 위기를 비롯한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중요하다. 몇몇 주력 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지금의 경제구조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중장기 비전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이 밖에도 다음 대통령이 염두에 두어야 할 일들은 많다. 우선, 우리 사회의 갈등이다. 어떤 사회든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한민국의 갈등 요소들은 고질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 스스로가 갈등 생산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그 갈등이 국가의 미래를 둘러싼 노선의 차이에 따른 것도 아니다. 국가의 백년대계보다는 당리당략에 치우쳐 있는 탓이 크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인사나 정책 등에 있어서 반대 정당을 포용함으로써 통합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정략적으로 국가 경영을 하라고 표를 주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통령은 5년 단임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현재로서는 모든 후보들이 국민 통합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진정성을 믿고 싶다. 물론, 국민 통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것을 포기할 수 있는 희생정신과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포용력, 그리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두루 뒷받침되어야 한다.


▲ 역대 대통령의 업적

다음으로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이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각계 국민 대중들의 요구를 물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득표에만 치중한 나머지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게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이 분명한 일이다. 공약을 준수하지 않을 때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무리한 공약을 지키게 되면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각 후보들은 무리한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무리한 공약을 이행하게 되면, 다른 중요한 국가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스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후보 진영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철학자였던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James Freeman Clarke)가 말한 것처럼 제18대 대통령이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경세가(經世家)’이기를 염원한다.


 


또한 법치주의의 확립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가운데 하나가 법치주의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그런데 법치주의가 심히 흔들리고 있다. 불법과 탈법과 편법이 사회 곳곳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법질서에 대한 경시가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호도되는 경향마저 있다. 법질서를 선도해야 할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불신도 법치주의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다음 대통령은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정치 개혁과 행정 개혁의 핵심은 청렴성의 강화이다. 대통령이 권위주의 시절처럼 강압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겠지만, 헌법과 법률 수호의 최고 책임자로서 청렴한 정치 문화와 공직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개인적·집단적 일탈행위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대정신에 대한 감수성이다. 시대정신이란,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거나 바라는 좋은 가치이다. 시대정신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갈래로 말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웹(web) 2.0’에서 말하는 ‘개방, 참여, 공유’야말로 지금의 시대정신으로서 적합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잘 알다시피 웹 2.0은 “데이터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의미한다.


보수든, 진보든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다원화 시대가 요구하는 ‘개방, 참여, 공유’의 가치를 거부할 수가 없다. 이 시대정신을 정치적으로 국한시킨다면 ‘권력의 나눔과 국민의 참여 그리고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리더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가진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부하(負荷)를 줄이기 위해서도 권력을 나누고 국민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 개인의 역량에만 의지하는 국가의 생명은 짧다”라고 한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의 말이 아니더라도, 영웅을 필요로 하는 지금의 대통령제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잘 하면 이번 대선에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통령에 대한 희망사항을 요약하면 비전, 통합, 책임, 법치, 시대정신이다. 이런 기준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자질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슈퍼맨으로서의 자질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이 어려운 시대를 이끌어갈 지혜와 용기를 두루 갖춘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취임 때와 비슷하게 국민의 박수를 받으면서 물러나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 시선뉴스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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