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록위마 [指鹿爲馬]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입니다. 이 표현은 윗사람을 농락하여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와 억지를 부림으로써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 사자성어의 유래는 중국의 역사서 [사기]로, 진시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합니다. 그가 죽자 이 때 권력을 좌지우지 한 사람이 환관 조고였습니다. 그는 진시황이 후사로 지명한 맏아들 부소를 계략을 세워 죽이고 그 동생인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하여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게 됩니다. 또한 승상이었던 이사도 죽음으로 몰아넣은 후 스스로 황제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옹립한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데, 그때 사용한 방법이 바로 지록위마입니다.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입니다.”라고 하자 황제 호해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 라고 합니다. 조고의 권력이 이미 하늘에 닿아 있기 때문에 이에 겁을 먹은 주위 신하들은 대부분 말이라고 고했지만, 이 중 입바른 소리를 한 신하들은 조고가 눈여겨 보고 있다가 살해했습니다. 이에 호해로 하여금 자신이 판단력을 잃었다고 여기게 하여 정사에서 물러나기 이르렀고, 결국 호해도 조고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조고는 다시 자영을 3대 황제로 임명하여 자신이 권력을 실질적으로 휘두르려 하지만, 조고 또한 자영의 계략에 빠져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진나라의 국세는 기울었고,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길 속에 멸망하게 됩니다.

이 사자성어는 지난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이 무죄라는 판결에 대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판결은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비난한 것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동진 판사는 정직 2개월 징계를 선고받아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전국의 교수 등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명(27.8%)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된 지록위마. 우리 사회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억지사회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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