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의 기염을 토하며, 한국 영화의 힘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영화가 화제가 되자, 배경이 된 반지하 주택 문화에도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반지하’ 주택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반지하 주택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半)지하는 건축법령에도 없는 개념이지만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자생적으로 확산한 주거 형태이다.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하면서 일정 규모나 용도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지하층을 짓도록 의무화하면서 다세대 주택 등에 지하층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

건축법에서 지하층이 '건축물의 바닥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층으로서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평균 높이가 해당 층 높이의 2분의 1 이상인 것'으로 정의됨에 따라, 지상층은 아니지만 완전한 지하층도 아닌 곳이 '반지하'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공습에 대비한 방공호 기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지하층을 만들도록 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후 산업화로 서울 등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택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되자 반지하층이 거주 공간으로 바뀌면서 반지하는 급속도로 확산했다. 그러다 정부가 1984년 다시 건축법을 개정해 지하층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반지하 주택이 서민 주거문화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지하층의 요건이 지하층 바닥부터 지표면까지 높이를 천정까지 높이의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로 완화되었다. 당시 정부는 법 개정 이유로 '지하층에 사람이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 그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렇게 점차 많아지게 된 반지하 주택.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전체 1천911만1천731가구 중에서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는 36만3천896가구(1.90%)이다. 현실적으로 지하 거주자로 분류된 36만3천여 가구의 대부분이 반지하에서 거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지하 거주 가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의 비율은 2005년 3.69%(58만6천649가구/1천588만7천128가구)에서 2010년 2.98%(51만7천689가구/1천733만9천422가구)에 이어 2015년에는 1%대로 내려가는 등 지속적인 하락 과정에 있다.

이처럼 반지하 주택이 줄어드는 이유는 현재로선 다세대 등 주택용 건물에 반지하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3년 주차장법이 개정되면서 주택에 필수 주차공간을 확보하게 하는 등 건축 관련 규제가 강화 된 바 있다. 이후로는 주택 밀집 지역에 반지하보다는 필로티 건축물이 급속히 증가했다.

아울러 반지하가 줄어든 것은 규제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반지하가 많은 노후 주택지역이 재개발 등으로 꾸준히 개선됐고 주거수준이 올라가면서 반지하 수요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택 관련법의 개정에 따라 과거 도시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확산한 반지하 주택. 하지만 제도 개선과 주거문화 변화로 사라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기생충’ 영화 속 빈부격차의 소재인 반지하를 두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영화는 영화일 뿐! 빈부격차가 심각한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다만, 영화가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비 주택 거주자에 대한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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