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부풀려 받은 후 급식업자와 대금의 차액을 주고 받은 유치원장과 급식업자의 행위가 사기죄 유죄로 판결됐다. 

그 동안 급식비나 교재비를 빼돌려 사용한 유치원장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사기 혐의가 적용돼 유죄까지 확정된 것은 드문 사례다. 

식자재 업체 대표이자 로스쿨생인 A(38) 씨와 영업이사인 B 씨는 2014년부터 2년간 학부모에게 부풀린 급식비를 청구한 뒤 실제 식자재 대금과 수수료 10%를 뺀 나머지 금액을 유치원장에게 되돌려주는 이면 계약을 부산·울산지역 68개 유치원장과 163개 어린이집 원장과 맺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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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법을 통해 A 씨 등은 장부상 91억원 규모 매출을 올려 절반가량인 44억여원을 현금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되돌려줬는데 이 금액이 적게는 수 천 만 원에서 1억 원이 넘었다.

또한 이들은 돌려준 금액을 모두 식자재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허위 계산서까지 만들어 원장들에게 주는 등 나름 치밀하게 진행해 오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22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A 씨와 B 씨의 상고를 기각하여 A 씨는 징역 1년 6개월, B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과 모의한 유치원 원장 12명의 상고도 기각하여 벌금 3천만원(3명), 2천만원(1명), 1천500만원(7명), 500만원(1명)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1심과 판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1심에서는 "실제 급식비로 지출된 금액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리베이트를 급식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2심에서는 "급식비 일부를 돌려받기로 했다면 유치원장들이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정을 알릴 의무가 있어 학부모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사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리베이트만큼 급식 서비스의 질과 양적인 수준 저하가 불가피했고 유치원장들이 돌려받은 급식비를 다른 급식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더라도 범행 이후 일이라 사기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며 유죄임을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 12명은 급식비 지원 주체가 학부모가 아닌 국가 또는 지자체이기 때문에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2일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사기죄에서의 기만행위와 처분 행위 사이 인과관계, 편취 범의, 불법영득 의사, 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항소심의 선고를 확정했다. 

이번 판례는 유치원 원장들이 리베이트를 받았을 때 학부모에 대한 사기죄를 적용하면 사용처나 사용 유무에 관계없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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