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체에 담긴 수많은 비밀을 해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양한 불치병을 정복하고 기대 수명 역시 꾸준히 상승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체에는 여전히 수많은 비밀이 아직도 있기에 과학자들의 연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나노포어 멤브레인’ 기술로 DNA 같은 생체 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이창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생산성과 재현성을 높인 ‘나노포어 멤브레인(membrane, 세포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노포어는 머리카락 굵기 10만 분의 1 수준인 미세 구멍을 말한다. 이번에 이창영 교수팀이 만든 멤브레인은 나노포어가 가득한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쉽게 나노포어 멤브레인이라 불린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포어가 가득한 멤브레인에 각종 분자를 전기와 함께 통과시키면 해당분자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멤브레인에 분자가 통과하면서 나노포어 크기가 줄어드는 '막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전기신호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면 분자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창영 교수팀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를 센티미터 수준으로 길게 만든 다음 여러 개 탄소나노튜브를 열경화성 플라스틱인 에폭시(epoxy) 위에 가로 방향으로 가지런히 올려서 굳히고 세로로 얇게 잘라내는 방법으로 멤브레인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나노포어를 가진 탄소나노튜브 멤브레인을 수백 개씩 만들 수 있고, 유리관 끝에 부착한 다음 분석할 용액에 담가 전압을 가하면 간단하게 시료를 분석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도 유사한 나노포어 기반 탐지 기술은 있었지만, 멤브레인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생산성이 낮았고 각 멤브레인에 똑같은 나노포어를 구현하기가 어려워 재현성도 떨어졌다. 이 교수팀은 원기둥 모양 구조를 지닌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때문에 이번 이창영 교수팀의 연구로 만들어진 멤브레인은 과학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또 이렇게 만들어진 멤브레인에 반복적인 전기적 자극을 주면 탐지 효율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전기 충격이 구멍 입구를 덮고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해 분자가 통과할 길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존 막힘 현상을 이용한 연구는 탐지 효율이 10%에 그쳤지만, 이번에 제시한 탐지법에서는 33% 정도로 효율이 3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나노포어 기반 탐지 기술이 차세대 인간 유전체 해독기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기초과학연구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7월 4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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