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치킨 값...상승분 반영은 빠르게 하락분 반영은 ‘나 몰라라’ [시선톡]

[시선뉴스 심재민] 원자재가 오르면 이때다 싶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만, 원자재 가격 내려가는 것은 남 일처럼 여기는 일부 업계들의 행태. 이번에는 치킨 업계가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닭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는데도 치킨 가격은 변하지 않고 있다. 닭고기 값만 떨어졌을 뿐 올 들어 시작된 주요 프랜차이즈 기준 '치킨 2만원'선이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것.

18일 한국육계협회 시세 통계에 따르면 치킨용으로 많이 쓰는 9∼10호 닭고기(냉장·벌크) 1㎏ 가격은 전날 기준 3천30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인 지난 1월 17일 기록한 4천538원과 비교했을 때 1천230원, 27.1%나 떨어진 수준이다. 육계 생계(중 기준·운반비 포함) 가격도 마찬가지로 전날 1천890원으로 나타나 3개월 전 2천690원보다 29.7%, 30% 가까이 내려갔다.

육가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생계 가격이 2천원에 살짝 못 미치기 때문에 절단·염지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치면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되는 닭고기 가격은 4천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치킨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체들 줄줄이 인상에 나서면서 이미 2만원 안팎으로 올랐다. 게다가 업계 1위 K치킨을 비롯해 다수의 업체가 배달비 1천∼2천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은 2만원을 상회하게 됐다.

치킨 가격이 오를 때 업계는 분명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들며 가격을 올렸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값을 올려놓고 정작 주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30% 가까이 내려갔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때에 따라 오르내리는 닭고기 가격에 따라 매번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는 본사 차원에서 육가공 업체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가격 등락과 무관하다"며 "지금 닭고기 가격이 잠시 내렸다 해도 곧바로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육가공업체 관계자 역시 "통상 복날이 낀 여름철과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는 닭고기 성수기라 가격이 오르고, 비수기인 봄·가을은 가격이 내려간다"며 "최근 가격 하락세 역시 연간 사이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상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의 입장과 달리 소비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치킨뿐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상승과 하락에 있어 전혀 타당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승에는 예민하고 하란에는 둔감한 모양새의 일부 업계, 그리고 이를 비판하는 여론.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정부 당국의 확실한 중재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