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지난달 20일 NHK보도에 따르면 일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2'가 2억8천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의 연구팀은 하야부사2가 류구의 표면에 적외선을 비춰 암석 분포 등을 조사한 결과 암석 안에서 물의 성분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반응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물은 액체나 얼음의 상태가 아니라 암석에 포함된 '함수광물(물이 있는 광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4년 12월 지구를 출발한 하야부사2는 지난 2월 소행성 류구에 착륙했다. JAXA 등은 하야부사가 채취해 지구에 가져온 류구의 암석을 분석해 생명에 필요한 물과 유기물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다. 앞서 하야부사2는 지난 2월 22일 류구에 순간 착륙해 표면의 시료를 채취하는 데에도 성공한 바 있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류구는 내부에 구멍이 많은 다공성 구조의 '잡석 무더기'로 밝혀졌다. 또 류구는 수분이 거의 없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류구의 크기는 지름이 900m 정도. 주판알 모양인 류구는 원시 소행성 형태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간직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야부사2는 류구의 표면 시료를 채취해 2020년 말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류구에 순간 착지해 표면 암석류를 채취하고 물의 존재를 확인한 하야부사2는 지난 5일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도전은 소행성 내부 물질을 채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류구에 인공 크레이터(웅덩이)를 만드는 것. 앞서 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JAXA는 5일 오전 하야부사2를 이용한 류구 충돌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험은 무게 2㎏ 정도의 금속탄을 류구 표면에 발사해 폭발 충격으로 크레이터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JAXA는 충돌 충격으로 류구 표면에 최대 직경 10m, 깊이 1m 정도의 웅덩이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돌장치를 분리한 하야부사2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충돌장치의 폭약점화에 따른 충격을 피하고, 류구 표면에서 튀어 오르는 암석 파편에도 맞지 않도록 3.5㎞가량 떨어진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해 머물게 된다.

JAXA의 모든 실험은 사전 설정된 명령 절차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고, 충돌 실험 장면은 하야부사2를 대신해 우주 공간에 사전에 띄워놓은 소형 카메라가 촬영하게 된다. 하야부사2는 실험이 끝난 뒤 웅덩이 상공으로 돌아가 약 2주에 걸쳐 20㎞ 고도로 서서히 상승하게 된다. 이어 웅덩이 주변 상공에 암석 등의 파편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올 5월 하순쯤 다시 착지해 시료 채취에 나설 예정이다.

소행성 표면에 인공 웅덩이를 만들어 내부의 시료 채취에 나서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고JAXA는 밝혔다. 일본 연구진은 이날 하야부사2가 포착한 류구의 특성을 세 편의 논문으로 나누어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한편 지구에서 3억㎞ 이상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탐사 활동을 하고 있는 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 가고시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후 약 3년 6개월에 걸쳐 태양 궤도를 돌면서 지난해 6월 류구 상공에 접근했고, 내년 말쯤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소행성 류구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이나 유기물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탐사를 통해 우주 기원의 물과 유기물의 특징이 밝혀지고, 지구상의 물질을 비교해 '지구에는 왜 물이 많은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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