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갑자기 끼어든 택시를 피하다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지난해 2월 6일 오후 4시 45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도로에서 A (28) 씨는 3차로에서 운전을 하는 중 택시가 갑자기 1차로에서 자신의 차로로 차선을 급격히 변경하자 충돌을 할 것 같아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피했다. 

그런데 그 방향의 도로 끝에는 택시를 잡기 위해 B(68) 씨가 서 있었고 A 씨의 차량은 B 씨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이 사고를 유발시켰던 택시운전사 C(69) 씨는 이 사고를 목격하고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도주해 버렸다.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A 씨는 결국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택시가 1차로에서 3차로로 급히 차선 변경하는 것을 보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틀면서 급제동도 했다. 당시 사고 상황은 업무상 과실이 없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긴급피난이란  위난상태에 빠진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달리 피할 방법이 없을 때 인정되는 정당화 사유의 하나이다.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에 A 씨는 핸들을 틀고 급제동을 했으며 택시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위난을 피하기 위해 했던 것이라며 무죄 주장을 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 판사는 인천지법 형사1단독 박희근 판사는 "A씨가 택시를 발견한 뒤 핸들을 꺾지 않고 그대로 급제동을 하거나 핸들 각도를 다르게 했다면 행인을 피할 여지가 있었다.  또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이상 긴급피난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다만 택시기사의 급차선 변경으로 인한 충돌을 피하려다가 사고를 낸 점 등 사고 경위와 관련해 참작할 사정은 있다"며 벌금 1천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택시기사 C 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급차선 변경 과정에서 사고를 유발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죄책이 무겁다. 다만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은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의 상황에서는 매우 억울한 상황으로 여겨질 사건이다. 택시를 피하지 않았으면 차량 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이를 피하려고 했던 것이 불운하게 사망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A 씨는 급정거와 핸들을 꺾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고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자가 더 낮았다. 핸들을 꺾는다는 것은 속도를 줄이는 것 보다는 유지한 채 피한다는 의미에 가깝고 급정거는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조금 더 경미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으니 작은 실수가 큰 결과로 다가오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는 최대한 방어운전을 해야 하고 안전거리 확보와 더불어 위기상황에서는 가급적 속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불운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니 이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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