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던 아이에게 욕설을 해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돌보미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26일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임범석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1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을 선고했다.
 
A씨는 자신이 돌보던 생후 10개월 아이에게 욕설한 게 들통나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 엄마가 집에 설치해 둔 녹음기에 돌보미의 욕설이 그대로 담겨 범행이 탄로 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심 재판부는 아이 엄마가 몰래 녹음한 자료는 위법한 증거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돌보미가 아이에게 한 말은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고, 이를 몰래 녹음했으니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위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녹음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상대로 하는 말은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하는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돌보미가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욕설했으니 이를 정상적인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이 사건의 녹음이 피고인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침해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또 "피해 아동을 돌보는 공간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온전히 보장된 것이라 기대하는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성변호사회는 "이번 판결은 실체적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아동 권리 보호를 실질화한 것"이라며 "아동이 사각지대에서 학대·방치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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