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김미양] 2018년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올 한해를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북한, 미투, 미세먼지, 주 52시간제, 물가상승 등이 떠오를 수 있다.

이 중 몇 가지 키워드는 우리의 삶을 바꿔 놓기도 했다. 대부분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 그것인데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물가 등이 상승하면서 밖에서 보다 집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즉 홈루덴스(Home Ludens)가 늘어나게 된 것. '홈루덴스(Home Ludens)'는 집을 의미하는 '홈(HOME)과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합쳐진 신조어로, 밖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놀이를 통해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간의 유희적 본성에 초점을 맞춰 정의 한 것이 '호모 루덴스'다. 그리고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집안에서 행복을 찾는 소비층인 '홈루덴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즉 홈루덴스에게 집은 휴식공간을 넘어 내 취향, 취미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며, 휴가를 보낼 때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집을 선택하는 등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한 장소로 호텔보다 집을 선택한 답변이 58%일 정도 였다.

물론 홈루덴스가 경제적인 이유로 집에서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확히 말 해 홈루덴스는 부가적인 이유들을 넘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즐기고 선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적인 상황이 많은 홈루덴스를 만들어 냈다는 것에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술 판매량의 경우, 이른 퇴근과 줄어드는 회식 등으로 업소용 소주 판매는 줄었지만 가정용 소주 판매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국내 소주 1위 업체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전 60대 40이던 업소용과 가정용 판매의 비중이 현재 50대 50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을 즐기고, 혼자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타의적인 이유들로 사람들은 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욕구를 찾는 본능에 의해 홈루덴스가 발전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업계에서도 이러한 소비층을 겨냥하고 있다. 집 안에서 극장에 간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감상하게 해주는 사운드바, 호텔에서 제공될 법한 고급 침구, 리클라이너 등의 휴식 가전제품 등 관련 제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나의 선택과 나의 즐거움.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선택할 권리가 있고 누릴 자유가 있다. 하지만 온전히 집에서 누리는 즐거움으로 홈루덴스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9년에는 보다 긍정적인 의미의 홈루덴스의 비율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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