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도시가 거대화되면서 인구가 중심가로 몰려든다. 토지는 한정적이지만 인구는 포화가 된 상태. 당연히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하방이나 옥탑방, 고시원 등으로 대표되는 이런 주거환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서양에서는 산업혁명의 붐을 타고 도시에 밀려든 사람들 때문에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프랑스 파리는 19세기 중반 이후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 작업을 벌였는데 모든 건물의 증·개축을 극도로 통제하는 등 규제가 엄격했다. 이로 인해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주거가 늘지 않으니 주택난이 엄청나게 가중되었고 특히 소득이 적은 학생 등 젊은이들은 저렴한 주거지역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이로 인해 발달한 것이 바로 ‘하녀방’이다. 하녀방이란 동화 소공녀에 등장하는 하녀 세라가 머물렀던 다락방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방이다. 보통 하녀방은 지붕 바로 아래 협소한 공간에 있고 화장실과 세면실이 공용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보통 7~8층 정도 높이에 방이 위치해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하녀방은 우리나라의 저렴한 고시원의 형태와 비슷하다.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만 놓으면 공간이 꽉 차서 별다른 가구나 세간을 넣기 힘들고 집으로서 평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능보다는 잠만 자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러나 고시원과 하녀방은 차이가 크다. 하녀방은 매우 열악한 주거공간이지만 월세로 7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시원이 저렴하면 10만 원대, 좀 비싸면 30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파리에는 ‘전세’가 없기 때문에 주거는 자가로 소유하거나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높은 월세를 피해 그나마 가장 저렴한 방이 바로 하녀방이라 여기에라도 입소하게 되면 축하를 받을 정도다. 

하녀방에 입소하면 축하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프랑스는 주택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인이 함부로 세입자를 쫓아낼 수 없게 하는 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집주인은 세입자가 월세를 꼬박꼬박 잘 낼 수 있는지,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있는지, 생활은 문제없이 할 수 있는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통과할 때에만 하녀방에 입소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 화려한 이 도시에서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를 구하기 위한 어려움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비싼 월세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하녀방. 울며 겨자 먹기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