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조재휘 수습기자 / 디자인 이연선] 거미가 거미집을 짓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거미줄이 결코 꼬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거미줄이 꼬이지 않는 이유는 거미줄이 좌우로 꼬이는 힘에 저항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과 영국 연구진은 미국물리협회(AIP)에서 발간하는 응용물리학 회보(Applied Physics Letters)에서 거미줄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금속 선 혹은 합성섬유와 달리 비틀림이 있으면 복원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휘어지는 성질이 있다고 발표했다.  

거미줄의 이러한 성질은 꼬이는 에너지를 신속하게 소멸시켜 거미줄 끝에 있는 거미가 돌지 않게 해주어 꼬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거미줄의 강도와 신축성 및 열 전도성 등에 관심을 가져 연구를 했었지만, 비틀림(꼬임)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1790년대 헨리 캐번디시가 지구의 무게를 달아 측정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비틀림 진자를 사용해 황금무당거미 두 종이 뽑아내는 거미줄을 조사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에서 거미를 모방하기 위해 포획한 거미에서 나오는 실을 모아 끝에 두 개의 와셔를 사용해 원통 안에 실을 매달았다. 그리고 물이 섬유를 수축시킬 수 있으므로 원통 안에는 일정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이어 회전식 턴테이블이 실을 비틀고 고속 카메라가 실의 앞뒤 진동을 수백 사이클 이상 기록했는데 그 결과 거미줄은 합성섬유나 금속 줄과 달리 비틀어졌을 때 약간 변형되어 잠재 에너지의75% 이상을 방출하고 진동이 급격히 느려짐(꼬이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비틀림이 끝났을 때 거미줄은 부분적으로 모양이 돌아오는 것을 관찰하기도 했다.

거미줄이 이러한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거미줄의 구조 때문으로 밝혀졌다. 거미줄의 표면은 복수의 원섬유로 둘러싸여 있는데, 원섬유는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고 일부는 종이 같은 시트 형태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일부는 특별한 구조가 없는 고리 형태의 체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미줄이 꼬이면 시트가 늘어나고 체인을 연결하는 수소 결합이 뒤틀리게 되고 거미줄의 꼬임이 멈추면 시트는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오는데, 체인은 부분적으로 변형된 상태로 남게 된다.이 때문에 꼬인 거미줄은 그 상태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어 꼬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거미줄은 그 구조나 성질이 매우 독특하여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섬유로서 과학자들의 주요 연구대상이다. 여기에 꼬임에 대한 비밀까지 밝혀져 거미줄을 이해하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거미줄의 특성이 합성 섬유에 적용될 수 있다면 고강도 군사용품이나 낙하산 줄,수술용 실, 인공장기 재료 등 섬유계의 혁명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열정적인 실험으로 이제 그 날은 머지않은 미래에 곧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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