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지혜 수습기자 / 디자인 최지민] 각종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인 간의 데이트 폭력, 배우자나 자녀를 학대하는 가정 폭력 등 우리 주변에서는 폭력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사건사고들을 미루어보면, 폭력은 점점 광범위하고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 심리적·정서적으로 가해지는 폭력 또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상황이나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의 정신을 지배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가스등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용어는 세뇌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서적 학대’ 혹은 ‘정서적 폭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상대방의 말을 대놓고 거부하거나 반박하기, 혹은 의심하거나 잊어버린 척하는 것이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은 1938년 가스 라이트(gas light)라는 연극에서 유래되었다. 이 연극에서는 남편이 이웃의 부인을 살해하고 그 집의 보물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가스등의 밝기를 조절하게 되고, 그의 아내는 갑자기 어두워진 가스등을 의아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남편은 상황을 모면하고자 “가스등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당신이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아내의 현실 인지 능력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자 남편의 말에 휘둘려 아내는 점차 판단력이 흐려지고, 스스로의 생각이나 결정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여기서 남편이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주입함으로써 아내의 판단력을 어지럽히고 스스로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과정을 가스라이팅이라 비유적으로 일컫게 되었는데, 이후 점차 심리 용어의 하나로 통용되었다.

가스라이팅은 관계 형성, 기억의 왜곡, 미니마이징, 무시와 같은 네 개의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가해자는 가장 먼저 피해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그러다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면 서서히 심리와 상황을 조작하여 피해자가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토록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강한 반발이 있다 할지라도 주변인들에게는 이미 착각을 잘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결국에는 가해자의 정신 지배에 완전히 잠식당하는 꼭두각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큰 폐해는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혼란, 불안, 우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는 능력이 있는데, 가해자로 인해 이러한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현실 인지 능력이나 사리분별 능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가스라이팅은 ‘지금 겪는 것이 가스라이팅인가?’ 하고 인식할 새도 없이 빠르고 조용히 다가와 우리의 심리를 조작하고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에 따르면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이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첫째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직관과 판단력을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로, 상대방의 전략과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쓰는지 인지하기 시작한다면 타격을 줄일 수 있다. 셋째로, 증명하려 하지 말고 가스라이팅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

이미 상대방이 가스라이팅을 하려 마음을 먹었다면 이에 대항하거나 그 사람을 고치려 하는 것이 더 큰 지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능하다면 해당 집단이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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