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심리학 용어로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복용해도 환자의 병이 호전된다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있다. 환자가 약을 복용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가짜 약임에도 병세가 호전되는 것이다. 현재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를 넘어 긍정적인 생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모든 상황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 하며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표현하는 심리학 용어로 플라시보 효과와 정반대의 개념인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있다.

[노시보 효과_픽사베이]

노시보 효과란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등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해를 입게 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1961년 미국의 의사 월터 케네디에 의해 처음 세상에 등장하였다.

노시보 효과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냉동창고에서 죽은 어느 한 선원의 이야기이다. 과거 어느 선박의 냉동창고에서 한 선원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죽은 선원은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을 냉동창고 속 벽에 상세히 적어놓아 사망의 원인을 알아내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죽은 선원이 적어놓은 글에 의하면 해당 선원은 동료의 실수로 냉동창고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추위 속에 얼어 죽었다. 하지만 선원들은 죽은 선원의 글을 읽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원이 냉동창고에 갇혀있었을 당시 냉동창고의 전원은 꺼져있었기 때문이다. 죽은 선원은 자신이 냉동창고에 갇혔다는 사실에 극도의 추위를 느끼게 됐고,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실제로 노시보 효과는 여러 실험을 통해 가능한 일임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statin)이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었다. 이에 한 연구진은 스타틴의 부작용 대부분은 이러한 위험을 미리 알고 있는 복용자의 부정적인 예상 때문에 나타나는 허위 증세, 즉 노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심장-폐 연구소의 피터 시버 박사의 연구팀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성인 남성 9천 800여 명에게 1년 동안 스타틴 또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이때 어떤 환자가 스타틴 또는 위약을 먹는지 환자와 의사 모두 모르게 진행했다. 1차 임상시험 결과 스타틴 또는 위약을 복용한 두 그룹 모두 근육통과 발기부전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즉 자신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실제로는 위약임에도 스타틴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시버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스타틴과 관련된 부작용들이 대체로 노시보 효과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의사들은 많은 환자가 부정적인 진단을 받은 뒤 이른 시일 내에 사망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약의 효능보다 의사의 말 한마디로 인한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이 환자의 병세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고(思考)는 생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영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살려낸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는 말했다. “우리의 운명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따라서 오늘부터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노시보 효과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긍정적인 결과만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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