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지원] ‘브랜드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의 ‘무인양품’. 그리고 ‘무인양품’의 일본어 발음 ‘무지루시료힌’에서 두 글자를 따 온 ‘MUJI’. 심플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 익명성, 자연지향 등을 추구하는 무인양품은 현재 전 세계 7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의류, 생활용품, 식품 등 약 7천여 개가 넘는 제품을 취급하며 대표적인 잡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_ 시선뉴스 DB]

현재 무인양품의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은 자신의 명함을 재활용지로 만들 만큼 군더더기 없는 간소함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사실 심플해 보이는 무인양품이 성공하기까지의 경영 전략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브랜드 없는 브랜드의 신선함”

[출처_ (주) 良品計画 홈페이지]

1980년 일본의 대형 소매기업 세이유(Seiyu)의 임원들은 의류와 생활용품, 식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브랜드로 ‘무인양품’을 론칭했다. 당시 너도나도 화려한 마케팅 기법을 전략으로 할 때 무인양품은 과한 장식을 배제한 ‘브랜드 없는 브랜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 거품 경제의 한복판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게 된다. 로고와 매장부터 브랜드 각인조차 없이 단순히 ‘무인양품’과 ‘MUJI’ 이름만 적혀 있어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무인양품은 세이유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다가 1989년부터 회사를 따로 차리면서 독립 브랜드가 되었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 ‘잃어버린 10년’ 동안에도 무인양품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았고 2000년까지 매출을 늘려나갔다. 그 결과 일본 전역과 한국을 포함하여 해외 24개국에 진출하며 입지를 넓혔다.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를 둔 ‘텅 빈’ 물건”

[출처_ '무인양품' 홈페이지]

가나이 회장은 무인양품의 제품이 무색, 무취와 같은 심플하고 자연적인 느낌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경영 전략을 세웠다. ‘텅 빈’ 물건을 목표로 제품을 생산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는 단순히 디자인이 심플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본질에 충실하되 소비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여지를 남겨두자는 의미다.

이처럼 무인양품은 물건에 ‘여백’을 둠으로써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브랜드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내놓으면서 '꼭 이것이어야 한다'라거나 '이 제품이 좋다'라는 식으로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출처_ 'MUJI Korea 생활연구소' 페이스북]

가나이 회장은 대신 소비자가 ‘이거면 좋다’라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런 경영 전략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자유로이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제품에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했다. 가나이 회장이 고안한 대로 여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끈 것이다.

“세 가지 원칙에 깃든 간소함”

무인양품의 가나이 회장은 제품을 생산하기에 앞서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왔다. 첫 번째는 ‘철저한 생산 과정의 간소화’이다. 가나이 회장은 무인양품이 제품의 마케팅에서 화려함을 배제하고 간소함을 추구했듯이 공정에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방식을 원했다. 그래서 표백 등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고 제품이 보다 간결한 형태로 생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출처_ flickr]

두 번째는 ‘소재의 선택’이다. 무인양품은 패키지와 라벨 등에 표백처리를 하지 않은 베이지색의 종이를 사용한다. 그 덕분에 타 브랜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새하얀 종이와 대비되어 순수하고 신선한 느낌이 더 강조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원칙은 ‘포장의 간략화’이다. 품질에 지장이 없다면 무의미한 포장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콘셉트와 이름 자체가 그대로 무인양품만의 개성 있는 포장이 되는 특징을 가진다.

[출처_ (주) 良品計画 홈페이지]

“지금보다 약 20% 적은 재료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를 항상 고민한다”는 가나이 회장. 제 역할만 충분히 하는 물건을 만들고 그것으로 환경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연주의적인 생각은 환경 파괴와는 상관없이 최고의 물건만 고집하는 현대 사회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무인양품이 이윤 추구보다는 지구 보호를 실천하는 기업으로서도 높이 평가받는 만큼 앞으로도 그들만의 자연적인 색깔이 있지 않을까. 지금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던 그들의 차별성에 더 관심이 기울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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