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미국에서 치킨은 병아리라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겁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로 생긴 대표적인 단어는 ‘치킨게임’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용맹함을 상징하는 매, ‘호크’와 결합하면 어떤 의미가 될까?

치킨호크(Chicken hawk)라는 말은 미국에서 유래한 정치 관련 속어로 군과 관련이 없거나 실제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나 전투 등 극단적인 군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찬성하는 호전적인 정치가나 관료, 평론가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호전적인 정치인들을 일컬어 일명 매파(派), 호크(Hawk)라는 속어로 부른다. 즉 여기에 겁쟁이라는 치킨이 붙어 우리말로 번역하면 ‘겁쟁이 매파’, 즉 입만 살아있는 호전적인 관료라는 의미가 된다.

이 용어는 베트남전 시절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의 공화당은 강력한 반공주의를 앞세워 비교적 온건한 외교정책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비애국자라며 비난했다. 이에 인디애나주 연방하원의원 앤드류 제이콥스(Andrew Jacobs)는 공화당의 민주당에 대한 비애국자 주장에 대항하기 위해 의원들의 병역에 관한 자료를 모아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다.

반공을 외치며 전쟁을 불사하자고 주장하던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병역을 기피하거나 면제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온건한 외교정책을 주장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많은 수가 참전용사임이 밝혀져 공화당 의원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경험하지 않고 하려고도 하지 않은 입만 산 집단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민주당 정권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전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처럼 치킨호크는 전쟁이라는 무겁고 고통스러운 단어의 무게를 알지 못하고 자신이나 당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진행할 것을 주장 하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최후방의 벙커 등에서 자신의 보신만을 위한 행동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반면 전쟁을 몸소 겪은 사람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경험하였기 때문에 전쟁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치킨호크는 꽤 자주 쓰이는 용어다. 분단국가이라는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장정들은 군복무의 의무를 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군을 통솔할 수 있는 고위직에 위치하는 사람이 북한에 대한 극단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데 정작 자신은 군 면제나 기피를 하여 전쟁 또는 군대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치킨호크라고 부르곤 한다.

힘이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를 무력으로 누르는 것은 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의 참혹함은 겪어본 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희생을 불러오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는 치킨호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