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도심이 개발 등으로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땅값이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용어는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현재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가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현상이 부동산, 즉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온라인 젠트리피케이션은 온라인에서 공론장의 역할을 하던 포털, 카페, 게시판 등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던 기존의 누리꾼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픽사베이

해당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떤 의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이 일상적이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의 과격한 언행과 분탕질로 감정싸움이 발생하거나 반복되는 댓글 공격 및 정치질로 인해 피로도가 쌓이게 되면 기존에 이용하던 이용자들이 해당 공론장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공론장 등의 커뮤니티가 여론조작에 이용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크다. 어떤 의제에 있어서 정당한 토론은 건전하다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신념이나 목적과 불일치하는 기사나 글, 특정 인물에 대한 공격을 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커뮤니티에서 가짜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배우 유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그것이다. 이들은 유아인의 SNS, 관련 기사 등을 찾아다니면서 영화 불매운동을 하자며 댓글 공격을 한다.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해당 커뮤니티의 원 취지를 벗어난 도가 지나친 댓글들을 보며 회의감을 느껴 떠나는 사람도 많다. 

또한 드루킹을 대표하는 댓글 조작 역시 원인 중 하나다. 포털의 뉴스 기사들은 현재 아웃링크로 바뀌었지만 기존에는 포털에 로그인만 되어 있으면 그대로 댓글을 달 수 있었다. 어떤 기사가 올라오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데 댓글 조작이 진행되면 그 글에는 이견을 달고 공론화시키기가 어렵다. 이에 누리꾼들은 해당 글에서 토론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떠나버려 악성 댓글러들만 남아버리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 즉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해당 지역의 특색을 잃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이 뜸해져 상권이 죽게 마련이다. 온라인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다를 바 없다. 좋은 정보를 포함한 양질의 콘텐츠들은 사라지고 어딘가에 치우쳐져 있는 불량한 글들만 남아 황폐해진다.

고여 있는 물에 새로운 물의 유입은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썩은 물이 유입된다면 고여 있는 물에 살던 생물들은 그곳을 떠나야 한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지 않게 건전한 공론의 장이 유지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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