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사회 각계에서 성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그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동청소년 성범죄 문제는 활발하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그루밍 성범죄’가 아동청소년 성범죄 유형 중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형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pxhere

본래 '그루밍(grooming)'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동물의 털 손질, 몸단장, 차림새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이것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루밍 성범죄의 가해자는 교사, 학원 선생님, 친척 등 주변사람이 대다수이다. 이들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피해자의 취미, 관심사 등을 파악해 신뢰를 쌓은 뒤 성범죄를 저지른다.  

가해자들은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정하고 접근한다. 그리고 서로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신뢰를 쌓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가해자를 조력자, 멘토,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와 비밀을 만들며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성적 관계에 응하도록 길들이고, 만약 피해자가 이를 거부해 벗어나려 한다면 회유하거나 협박하면서 밖으로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는다.

그루밍 성범죄는 표면적으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 수사나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연예기획사 대표가 강요로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졌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바 있다. 이는 여중생이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사랑한다’와 사랑을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문자로 보낸 것 등의 기록에서 여중생이 자발적 성관계를 가졌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밖에 피해자들이 자신이 학대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시간에 걸친 심리적 지배 상태로 당시에는 성폭력인지 깨닫지 못했거나 밖으로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어른이 되어서야 그것이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실을 털어놓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데 논의되고 있는 것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 상한이다. 현재는 만 13세 미만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성폭력으로 처벌받는데, 이 나이가 외국 등의 만 16세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루밍 행위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청소년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 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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